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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의 재미에 빠져드는 시간
-모종 심기에 주의해야 할 세 가지-
어느 덧 완연한 봄이 되었다. 쟁기질의 재미에 빠진 도시농부들은 황사와 미세먼지의 공격에도 아랑곳 않고 텃밭에 나가 퇴비를 뿌리고 흙을 골라가며 밭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이제는 동네 번화가에만 나가도 길거리에 늘어놓고 파는 모종들이 제법 보인다. 파릇파릇한 모종들은 종류도 참 다양하다. 온갖 종류의 모종을 구경하다보면 평소에 먹기만 할 줄 알았지 내가 먹는 채소며 과일이 어릴 땐 어떤 모습인지 도통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비록 손바닥만 한 텃밭이지만 이것도 심고 싶고 저것도 심고 싶은 욕심이 끝도 없다. 동시에 고만고만해 보이는 모종 가운데 더 실한 놈으로 고르기 위한 신경전이 시작된다.
그런데 과연 어떤 모종이 좋은 모종일까?

1. 모종은 크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다.
농사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들은 보통 모종을 고를 때도 키가 크고 잎이 많이 달린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모종은 크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다. 다른 모종에 비해 키가 쑥 자라있는 것은 보통 웃자란 것일 가능성이 크고 잎이 다른 것이 비해 많이 달린 것은 너무 자라서 심을 시기가 지난 것일 수 있다. 흔히 ‘짱짱’해 보이는 모종을 고르면 된다고들 하는데 사실 ‘적당히’라는 표현만큼이나 어려운 말이긴 하다. 하지만 직접 보면 느낌이 온다. ‘짱짱’하다는 게 어떤 건지. 줄기가 곧고 단단하게 뻗어있고 잎이 고르게 달려있으며 진한 녹색이 선연한 모종을 찾으면 된다. 이왕이면 모판에서 뽑아 뿌리도 살펴보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모판을 살짝 들어서 모판 밑으로 하얀 뿌리가 삐져나온 것을 고르면 좋다. 나중에 모판에서 모종을 뽑았을 때 흰색 뿌리가 풍성하게 휘감겨있으면 건강한 모종이다. 사실 줄기나 잎이 조금 왜소하더라도 뿌리만 잘 자라 있으면 생육에는 지장이 없다. 좋은 모종을 골랐다면 이제부터 진짜 농사의 재미에 빠져들 시간이다.
2. 작물도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제법 그럴듯하게 이랑과 고랑도 만들고 모종을 심어 놓으면 보기 좋은 텃밭이 되리라 기대했지만 막상 심어놓고 보니 여전히 황량하기 그지없다. 작물별 재식거리라는 것을 지켜서 심었건만 아직은 조그마한 모종이라 언제 저 넓은 공간을 다 채울까 싶다. 초보 텃밭농사에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여기다. 작은 모종 한 개가 몇 달 만에 사람의 키 만큼 자랄 수 있다는 사실! 모든 식물은 뿌리와 줄기를 뻗을 공간이 넉넉할수록 크게 자란다. 물론 빽빽하게 심어도 죽지는 않겠지만 크고 실하게 키우기는 어렵다. 작물들이 적당히 다른 개체들과 경쟁하면서 잘 자랄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 바로 재식거리이다. 보통 많이 심는 열매채소들은 40~50cm 간격으로 심고 상추는 20cm 내외 간격으로 심는다. 작물을 심는 데 적절한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재식거리보다 작물을 빽빽하게 심는 것을 밀식이라고 한다. 밀식상태가 되면 나중에 작물이 자랐을 때 공기가 잘 통하지 않아 장마철 과습한 환경이 조성되어 병에 걸리기 쉽고 발병 시 전염속도도 더 빠르다. 때문에 건강한 생육을 위해서라도 적당한 공간은 필요하다.
3. 모종도 이사하면 몸살을 앓는다.
간혹 작물에 너무 애정을 쏟은 나머지 시도 때도 없이 비료와 약을 주는 경우가 있다. 특히 모종을 밭에 옮겨 심고 조금이라도 빨리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 곧바로 영양제를 듬뿍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 막 심은 모종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은 치아도 나지 않는 아이에게 밥을 떠먹이는 것과 같다. 사람도 거주지가 바뀌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몸살을 앓기도 하는 것처럼 식물도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모종은 발아한지 얼마 되지 않는 상태라 매우 연약하고 민감하다. 어떤 환경에도 버틸 수 있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일단 새로운 정착지에 뿌리를 단단히 내려야 한다. 작물의 뿌리가 토양에 잘 자리 잡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소위 말하는 적응기이다. 원뿌리가 토양 깊숙이 내려가 자리를 잡고 잔뿌리들이 토양의 알갱이를 휘감아 물과 영양분을 빨아들일 준비가 되어야 비로소 지상부의 줄기와 잎들도 쑥쑥 자라기 시작한다. 때문에 이 때 바로 비료를 주는 것은 위험하다. 비료의 성분이 토양의 농도를 높여 자칫하면 삼투압현상으로 막 자리 잡으려고 하는 작물 체내의 수분까지 뺏어갈 수 있다. 작물을 위한 마음은 잠시 아껴두고 그저 물만 충분히 주면 된다. 한 가지 팁. 뿌리가 잘 자리 잡을 수 있게 해주는 ‘흙살림 빛모음’과 같은 미생물을 물과 함께 주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