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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약동원 - 감자범벅
흙살림 조회수 930회 15-08-1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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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와 햇밀이 부르는 찰떡궁합 범벅타령

   

누구나 어린 시절의 음식 몇 가지에 얽힌 추억이 있을 것이다. 추억이라 함에는 특별한 사람에 대한 추억, 특정 장소에 대한 추억, 별스런 사건들에 대한 추억 등등으로 그것은 저마다 다른 무게와 다른 느낌으로 남아서 삶을 풍요롭게 하기도 하고 아프게 오래도록 남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린 시절에 먹었던 음식들과 만나면서 내 안에 깊이 잠들어 있던 기억들을 깨워 기뻐하기도 하고 오래 지우지 못하고 있던 것들과 화해를 하기도 한다.

 

해마다 하지가 지나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 캐기 시작한 감자에 얽힌 기억들이 오랜 시간 나를 주방에 붙잡아 놓고는 한다. 아마도 하지 무렵에 캐기 시작하므로 붙여진 이름이라 하지감자일 텐데 뽀얀 분이 이는 찐 감자는 이 계절의 햇감자만이 보여주는 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장성도 높고 유통의 기술도 좋아진 탓에 시장에만 가면 언제든지 사다 먹을 수 있지만 하지 무렵부터 나오는 햇감자라야 쪄먹어도 제 맛이 난다. 껍질을 까지 않고 깨끗이 씻기만 하고 소금 조금 넣고 찌면, 껍질이 툭툭 터진 틈 사이로 뽀얀 분이 밀고 나와 입에 넣기도 전에 벌써 침이 꼴깍하고 넘어간다.

 

그런 감자라야 한다. 그렇게 반짝이며 분이 이는 감자를 한 바가지 까서 솥에 넣고 담장을 타고 오르는 울타리콩이나 강낭콩, 제비콩들을 한 움큼 같이 넣고 끓여야 한다. 감자가 거의 익을 때쯤 햇밀가루로 한 반죽을 얹어 익히는 음식으로 우리는 그 간단한 음식을 감자범벅이라 불렀다. 감자를 삶기 시작할 때와 밀가루 반죽에만 소금을 살짝 더할 뿐인 감자범벅이 어째 자꾸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감자의 주성분은 탄수화물이고 칼륨의 함량이 높아 소금과 함께 섭취하면 좋고, 인의 함량은 많지만 칼슘이 적으므로 우유와 함께 조리해 먹으면 궁합이 맞는다. 비타민 C와 B1이 많으므로 생채소가 부족한 겨울에 비타민의 주요공급원으로 훌륭하다.

한방에서는 감자를 맛이 달고 성질이 평순하므로 늘 먹어도 좋고 위, 대장에 도움을 주는 식품으로 꼽는다. 우리나라에는 조선의 순조 때 들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가지과의 1년생 초본으로 싹이 나면 솔라닌이라는 독을 가지게 되므로 도려내고 먹어야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과유불급이라 했으니 비위가 허해서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으니 조심해야 한다.

 

며칠 전 가끔 활동을 하는 모 사이트에 감자범벅의 사진을 올렸다. 많은 사람들이 만드는 법을 궁금해 하셔서 알려드렸더니 많은 사람들이 해 드시고 사진도 올리는 등 모처럼 강원도의 여름 제철 감자범벅으로 이런저런 소통을 하게 되었다. 특히나 고향이 강원도인 분들은 더욱 좋아 하시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음식이란 것이 그런 것 같다. 꼭 값비싸고 귀한 식재료만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여름이 다 가기 전 감자범벅 한 번 더 해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