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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약동원 - 장 담그기
흙살림 조회수 919회 15-03-0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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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향연이 시작되는 경칩(驚蟄) 무렵에 장(醬)을 담근다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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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끝이 없고 봄은 올 것 같지 않았지만 어느 사이 바로 내 옆에 봄이 온 것을 느낀다. 햇살은 따뜻하고 바람도 살랑거리며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와 동물들도 잠에서 깨어나고 대지의 곳곳에서는 새싹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때는 자연의 일부인 인체도 겨울동안 활동을 줄이고 에너지 소모를 줄이려 웅크리고 있던 몸을 잦은 기지개를 켜며 일으키게 된다. 인체가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는 것은 체내의 신진대사가 왕성하게 되고 있다는 의미와도 같으며 이때부터는 오장육부 중에 간이 하는 역할이 늘어나게 된다. 오장육부의 임금은 심장이지만 봄철엔 간이 임금노릇을 하게 된다. 인체에서 간이 하는 역할은 봄바람이 살랑거리며 나뭇잎들을 흔들어 나무에 봄기운을 전하는 것처럼 우리의 몸에 봄기운을 불어넣으며 인체 곳곳에서 기운을 잘 통하게 하는 것이다. 꽁꽁 얼어붙었던 땅에서는 아지랑이가 올라가면서 양기를 퍼뜨리고 인체도 덩달아 양기를 북돋우게 된다. 

 

양기를 북돋우고 긴 겨울동안 쌓인 몸 안의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이 봄에 간이 하는 역할이다. 간의 그런 역할을 한의학에서는 소설작용이라 하는데 이 소설작용을 돕고 맺힌 것을 풀어주며 가라앉는 기운을 위로 끌어올리는 일을 하는 것이 매운맛이다. 그래서 봄이 시작되는 절기인 입춘에는 매운맛을 가진 나물 다섯 가지를 골라 먹어온 풍습이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봄을 건강하게 나기 위하여 임금이 신하들과 함께 ‘입춘오신반’을 나눠먹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천금요방>을 저술한 당나라의 유명한 양생가 손사막도 봄에는 신맛을 줄이고 단맛을 많이 먹어 비장을 보해야 하며 인체가 적절히 운동을 하면 병이 침범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봄에는 산책을 자주 하고 맵고 쓴맛을 가진 햇나물들을 새콤달콤하게 요리하여 먹으면서 건강을 지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인체를 건강하게 하는 봄의 전령인 갖은 새싹과 들나물을 새콤달콤하게 조리해서 먹으려면 반드시 적당한 무침용 양념이 필요한데, 무침용 양념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집에서 담근 간장, 된장, 고추장이다.

작년엔 가을에 윤달이 들어 2015년 올해의 경칩에는 정월장을 담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해에는 음력으로 2월에 경칩(驚蟄)과 춘분(春分)의 절기가 있다. 음력 2월은 봄의 두 번째 달로 한창 무르익는 봄이라 하여 감춘(?春) 혹은 중춘(仲春)이라고도 부른다. 요즘 항간에서는 음력 2월에는 장을 담그면 장맛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그러나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자세한 말은 없는 것으로 보아 근거가 없는 낭설임이 분명하다.

반찬이 변변찮았던 시절 선조들의 밥상을 차리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양념이었을 장(醬), 그래서 일 년 농사 중 가장 먼저 꼽아 담아왔던 장(醬)은 음력 정월의 말날에 담그면 큰 탈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개의 농가에서는 경칩(驚蟄) 무렵 농사 준비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장 담그기를 해왔다. 경칩 무렵인 지금까지 아직 장을 담그지 못했다면 아직은 늦지 않은 때이므로 장 담글 준비를 시작해도 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