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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만 키웠어. 쯧쯧”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에서 토마토 하우스를 하고 있는 한재오씨의 시름이 깊다. 7월 무더위에 꽃이 제대로 열리지 않아 열매를 찾기가 힘들어서다. 지금쯤이면 8화방이 열려야 하는데 겨우 5화방에 그치고 있다. 또한 그 무더위에 수정을 위해 갖다 놓았던 벌통 4개도 씨가 말랐다. 2통 정도는 다시 갖다 놓아야 할 형편이다. 게다가 8월엔 궂은 날씨가 많아 일사량이 부족하다 보니 그나마 열린 토마토도 잘 익지 못하고 있다.
“친환경 안했다면 토마토톤이라도 뿌려서 수정시켰을 텐데…. 친환경 농사 지으면서 어디 그럴 수 있나.” 그래도 이런 농부의 마음을 알아서일까. 많지는 않지만 토마토 줄기에 매달린 열매들이 참 찰지고 실하다.
한재오씨는 원래 미원 지역에서 일본 수출용 토마토를 재배해 왔다. 그런데 일본에서 토마토가 과잉 생산될 때면 수출에 애를 먹어 눈을 국내로 돌렸다. 여기에 여름 토마토로 승부를 걸고 싶어 해발 300m에 위치한 이곳 미탄면에서 지난해부터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하지만 여름 토마토 농사가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먼저 800평 하우스를 짓기 위해 2톤 트럭 15대 분량의 돌을 치워냈다. 그리고 이곳 토양이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알칼리성 토양이라 공부를 새롭게 해야만 했다. 우리나라의 재배 매뉴얼이 산성 토양에 맞춰져 있다보니 이곳 실정과 맞지 않아서다. 그래서 미국에서 발행된 알칼리 토양 재배 매뉴얼 원서를 찾아 사전을 옆에 두며 공부하고 있다.
“알칼리 토양에선 마늘·양파·백합과 작물이 잘 맞아. 토마토의 경우엔 미량요소들이 불용화 되다보니 항상 엽면시비하는 방법 밖에는 없어.”
현재 한재오씨가 재배하고 있는 토마토는 슈퍼탑과 도테랑. 그런데 올해는 기후 탓인지 유난히 병충해도 심하다. 6월 10일 경 정식하고 나서 20일 후부터 풋마름병이 와서 고생하더니 지금은 예방 차원에서 약재를 뿌렸지만 효과가 별반 없어 잎곰팡이병으로 애를 먹고 있다. 그래도 농부가 어디 이런 시련에 무릎을 꿇겠는가. 여름 토마토에 도전하고 있는 한재오씨에게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고집이 엿보인다.
“친환경 농산물을 먹는 소비자들이 이런 고충을 알고 좀 못 생기고 작더라도 사랑해 주면 좋을텐데…. 바람이 있다면 그것 뿐이야.” 이곳 미탄면 한재오씨의 하우스 안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토마토가 참 예뻐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