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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업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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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성질-물이 흘러빠져나가는 작은 도랑, 물곬
흙살림 조회수 824회 14-03-22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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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성질-물이 흘러빠져나가는 작은 도랑, 물곬
오랜 역사의 벼농사
우리나라의 벼농사는 청원옥산 소로마을에서 출토된 탄화볍씨로 적어도 1만5,000년 전에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세계적으로 최고(最古)의 볍씨 발굴지는 이탄지로서 처음 벼 재배는 유기물이 집적된 습지에서 출발된 것이다. 오랜 세월 계속된 연작에서도 양분의 결핍 없이 벼가 잘 자라는 유기물이 많은 흙(有機土)은 각종 무기성분이 풍부하고 항시 물을 충분하게 보유하는 성질이 있어 벼농사의 적지로 일찍부터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탄층은 서해안을 따라 하해혼성평탄지(河海混成平坦地)심층에 넓게 분포되고 최근까지 이탄을 채굴하면서 논으로 계속 이용되고 있다. 논벼와 함께 밭벼 재배도 해보았지만 거름을 주지 않고는 낟알을 제대로 걷어 들일 수 없고 이어짓기로 잡풀과 병해충의 극성으로 논농사가 유리하다는 사실을 오랜 체험을 통해 터득하게 되고 밭작물이나 재배가 가능할 급경사지 산자락에 까지 다랑논을 힘들여 일구게 된 것이다.
물곬의 소리
벼 재배가 장구한 세월 이어짓기가 가능한 것도 물에서 필요양분을 공급받고 잡초와 병해충을 억제한 덕분이다. 아시아 몬순(monsoon,季節風)기후지대에서는 벼농사가 용이하여 식품으로 우수한 쌀이 주식이 되었고 강우가 주요 수원인 다랑이 천수답에는 상류에 저수지가 축조되고 물곬(自然水路)로 연결돼 있어 잡아두었던 물을 물곬을 터서 물을 대게 된다.
계절풍과 함께 쏟아져 내리는 빗물은 열대의 수도작지대에서는 수 천mm에 이르는 경우도 있고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200mm내외로 다우지역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장마철인 6, 7, 8월의 3개월간 최고 70%까지 호우(豪雨)가 집중적으로 쏟아져 내리고 일일 강우량이 300mm가 넘는 경우가 흔한 상황에서 이를 간수하였다가 가뭄에 물곬을 통해 논으로 대는 작업은 이만저만 고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벼농사의 성패는 일시에 넘쳐나는 물을 잡아두었다가 적절하게 배분하는 관리에 있으므로 전통적으로 농부는 꼭두새벽부터 장마철에는 홍수를 최대한 다랑논에 안전하게 가둔 상태에서 아래 논으로 물곬을 터 돌과 풀띠로 쌓은 석축이 허물어지지 않게 쉴 사이 없이 삽질을 해야 했다. 물이 급살로 불어나면 모래흙으로 축조된 부실한 논 뚝은 엄청난 수량을 감내하지 못해 무너지게 되어 아래 논배미로 사태(沙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올의 지푸라기를 포함하여 한 톨의 거름성분도 잃지 않으려는 농부의 마음이 밤새워 물곬을 잡아주고 망을 보는 일이 일상의 일과로 정착하게 된 것이다.
하늘에서 지천으로 쏟아져 내리는 물을 소류지(小流地)에 가두어 놓고 가물어 논바닥에 손가락같은 금이 생기고 흙이 타들어 가면 아무리 고달파도 용두레로 냇물을 퍼 올려 물곬을 통해 논바닥의 실금부터 지우는 작업이 근대에 이르기까지 이어져온 전통적인 논농사의 물관리 방식이었다. 일평생 논두렁에서 살다시피한 농부는 물곬의 물소리를 듣고 어디쯤에서 얼마만한 물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알아차리고 다음 목에서 물길을 바로 잡아 물량을 조절하곤 했다.
농업이 녹색산업
지금 전국토에서 큰 물곬을 가다듬는 작업이 4대강에서 벌어지고 있다. 여름 호우시마다 흙의 유실로 강물은 황토색으로 돌변해 도도히 흐르고 여기에 온갖 오염물질이 혼입되어 바다로 흘러들고 갈수기에는 앙상한 물곬에 폐기물만 널려있고 폐수에 가까운 강물은 농업용수 수질로서도 미달이니 치수(治水)가 필요한 형편이다. 생태계의 근원적인 복원을 위해서도 하천변을 정비하는 사업은 긴요하고 오염경감은 녹색산업인 농업(有機農業)에서 찾을 수 있음은 그 물곬이 닿는 곳(畓)에서의 농사가 최선의 방법일 수 있어서이다.
<글:신제성 흙살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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