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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업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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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성질-호수 바닥에서 만들어진 검은 퇴비, 흑니
흙살림 조회수 832회 14-03-22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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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성질-호수 바닥에서 만들어진 검은 퇴비, 흑니
흑니 흙, 완숙된 퇴구비와 비슷
마을에서 하수가 모여 흘러내리는 도랑은 언제나 물이 고여 있어 질척이고 쌓인 유기물이 물 속에서 썩어 검정색의 시궁창 흙으로 변한다. 이것은 가까운 논으로 운반되어 기름진 논(門前沃畓)을 이룬다. 자급비료에 의존하던 전통농업시대의 문전옥답에서는 이 검은색 흙이 퇴구비가 완전하게 부숙되어 만들어진 부식(腐植)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와 같은  물질을 호수나 저수지의 침전물에서 찾아내 전답에 뿌리기 시작한 것이다. 
얕은 못(沼澤)의 밑바닥에서 파낸 유기질 흙과 비슷해 저니토(底泥土)라고 부르기도 하는 흑니(黑泥)는, 식물체가 잘 썩어 조직을 분별할 수 없는 유기물이 20~50% 함유된 광물질로 양분공급이나 흙의 개량에 두루 쓰이는 영농자재이다. 이제까지도 세계 여러 곳에서 그 진가를 드높이고 있다.
혐기/호기 조건에 따라 이탄에서 다양한 흑니로 발달
호수의 얕은 퇴적층에서는 많은 종류의 수생식물이 자라고 번성하다 식물의 유체가 퇴적 매몰된다. 이 때 수심이 얕아져 육지화되고 혐기조건에서 미생물에 의한 분해가 이루어지다가, 유독한 분해생성물로 미생물이 사라지고 분해작용이 중단되면 식물유체가 형상을 유지한 채로 남아있는데, 이것이 이탄(泥炭, 土炭)이다. 흑니의 전구물질인 이탄은 식물유체의 분해정도가 일정치 않으나 부식화가 많이 진행되지 않아 식물의 종류를 인식할 수 있을 만큼의 조직이 남아 있다. 
호소에 물이 빠지고 매몰된 식물의 유체가 더 두꺼운 퇴적층으로 덮여 오랜 기간 탄화가 진행되면 갈탄, 역청탄이 되고 탄화가 더 지속되면 무연탄이 된다. 물이 빠진 소택지의 이탄층이 있는 안성이나 평택지역의 경우와 같이 얇은 광물질의 표층을 경운하여 수도작이 가능하고 겉흙을 걷어내고 토탄을 파내 연료 등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호수 바닥에서 생성된 황갈색 또는 적갈색의 이탄이 더욱 부식되어, 점토와 흑갈색의 유기물이 혼합되면 흑니 흙이 된다. 
흑니가 발달한 호성층의 조건에 따라 여러 종류의 수성 부식물인 흑니가 발달하게 된다. 수성 부식물은 대부분 이탄에서 출발하게 되고 공기가 부족한 혐기조건에서 부식화가 진행되므로, 산소의 양에 따라 갈색, 회색과 흑색의 저니토가 생성된다. 호소 주변은 물이 얕고 표층 흙의 통기성이 양호하여, 회색화작용으로 회색내지 암색을 띄는 흑니가 발달하게 된다. 물이 깊어지고 통기성이 불량한 경우에는, 산소의 부족으로 유화철이 생성되고 부패니(腐敗泥)가 되어 유황냄새가 나기도 한다.
제주도 검은 흙은 화산회토, 또는 흑니
흑니는 각종의 광물질과 부식화된 유기물이 결합된 비옥한 흙으로 인류는 오래전부터 이를 이용해 왔다. 지금도 세계 여러 곳의 큰 호숫가 수상가옥에 사는 원주민은 가옥 곁에 갈대로 발을 엮어 받침을 만들고 호수 바닥의 흑니를 파서 둑을 쌓고 작물을 기른다. 호수 인접 농지에는 일상으로 흑니를 파다 부어 흙을 개량하거나 양분공급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호성충적층에서 발달된 토양인 제주의 이호통(梨湖統)의 기층은, 담색의 부숙이 덜 된 나무와 풀뿌리가 식별되는 이탄에서 출발한 흑니 흙으로 경운표층(Ap, 0~18cm)과 잘 분해된 유기물층(sapric, Oa1,18~42cm)이 흑색(10YR 2/1)이다. 이어 발달된 유기물층(Oa2, 42~120+cm)은 갈색내지 농암갈색으로 흑니가 2m이상이나 뻗어있는 전형적인 유기질토양(Histosols)이다. 제주도는 화산작용으로 흑니와 유사한 화산회토가 넓게 분포되어 있어 이호통 주위에도 유기물함량이 높은 흑색의 화산회토(Andisols)단면이 인접하여 발달하고 있다. 
야외에서 흙의 형태적인 관찰만으로는 유기질토의 흑니 흙과 화산회토의 흑색 흙의 구분이 쉽지 않다. 유기물을 주축으로 생성기원을 전혀 달리한 두 종류의 흑색의 흙은 실험실에서만 판정이 가능하다. 옥살산염(oxalate)으로 침출된 함량(알루미늄과 1/2철)과 인산보유능은 화산회토의 생성기원을 밝힐 수 있는 분석방법으로 이를 이용하여 흑니 흙이 비 화산성물질임을 확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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