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정보

아시나요, 귀향길 제촉하는 흙의 구수한 맛

흙살림 조회수 1,145회 14-03-22 02:18

본문

아시나요, 귀향길 제촉하는 흙의 구수한 맛
맛있는 농산물은 적지에서 작목에 적합한 자재 알맞게 사용할 때 생산

신제성(흙살림 이사)

예전 농촌의 어린아이는 흙을 일상의 주전부리로 알면서 자랐다. 요즈음 애들이 즐겨 먹는 과자와 같이 생긴 흙덩이는 방안의 수수깡으로 엮은 진흙 벽채에서 부스러져 나온 것이거나 부엌의 부뚜막 아궁이 주위에서 떨어져 나와 검정이로 물들어 굴러다니거나 어른이 논밭에서 일하는 사이 둑에서 구르면서 쉽게 움켜잡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이렇듯 흙을 먹고 자란 아이는 유년시절부터 흙길을 걸어 쇠꼴을 베고 소에 풀을 뜯기며 부모와 함께 농사일을 하면서 흙이 자신의 생활과 불가분(身土不二)의 관계임을 일찍 터득하고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고향 흙은 어머니의 품안같이 아늑하고 따스해 그래서 오랜 외지생활에서 마을입구로 들어서면 물씬 스며 오는 흙의 맛에 취해 귀향길을 재촉하게 된다.
흙의 맛은 암석의 조암광물에서 출발한다. 광물은 단일원소 또는 화합물로 구성되어 있어 그 각각의 구성 물질이 고유한 맛을 지니고 있다. 맛에는 단맛, 신맛, 쓴맛과 짠맛의 기본 4종으로 구분된다. 순수한 짠맛을 내는 광물은 소금(NaCI)이며 신맛의 강도는 수소이온의 해리도와 관계가 있으나 신맛과 산도와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쓴맛을 내는 대표적인 화합물은 간수(苦鹽)가 있다. 황산을 비롯한 각종의 산은 신(acid, sour)맛으로 대표되고 알칼리금속인 소디움이나 칼리는 찝찔(alkaline)한 맛을 반석(礬石)류는 떫은(astringent)맛을 질산칼리나 질산소디움은 시원(cooling)한 맛을 그리고 염화암모늄은 콕 찌르는(pungent)맛을 낸다. 흙에는 독특한 맛을 내는 광물이 많이 들어 있어도 구성광물의 기본 맛을 보기란 쉽지 않고 일반적으로 모든 구성분이 혼합되어 발현되는 흙 맛을 내게 된다. 재배를 위해 투입되는 각종 자재 역시 그마다 고유한 맛을 가지고 있으나 일단 흙과의 반응으로 흙에서의 각각 특유한 맛은 그 특성을 잃게 된다.
요즘 들어 지역특산물은 맛으로 경쟁하게 된다. 쌀에서부터 잡곡과 각종채소, 과일과 특용작물에 이르기까지 명품으로 내세우는 브랜드는 주로 맛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흙의 맛과 농산물의 맛과는 어떤 관계일까? 새로이 간척한 간기가 있는 논에서 수확한 쌀이 맛이 좋다고 한다. 새로 간척한 갯벌은 오랜 기간 바닷물에 잠겨있으면서 육지의 온갖 종류의 광물이 쌓여 생성된 젊은 흙이다. 따라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필수양분이 고루 들어 있을 뿐 아니라 개흙은 미질에 영향을 주는 양분으로 알려진 교환성양이온의 보고(寶庫)이기도하다.
해수에는 내륙의 흙에서 씻기어 나온 광물(鹽分)이 3.5%(중량)함유되어 있어 1kg의 바닷물에는 소금(NaCl) 27g, 염화마그네슘(MgCl2) 4g, 황산마그네슘(MgSO4) 2g, 황산칼슘(CaSO4) 1.3g, 황산칼리(K2SO4) 0.7g, 탄산칼슘(CaCO3) 0.1g, 브롬화마그네슘(MgBr2) 0.1g, 규소(SiO2) 0.02g 등이 각각 들어 있다. 따라서 갯논에는 이렇듯 간기(짠맛)가 있는 성분이 많이 들어있어 식물체에 상대적으로 많이 축적되고 이들 함량이 밥맛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흙에 따라 투입되는 자재가 같다하더라도 생산되는 농산물의 품질과 맛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작물을 재배하는 적지의 선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농산물의 맛에 대한 흙의 역할에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은 것이 문제이므로 앞으로 맛있는 농산물은 적지에서 그 작목에 적합한 자재를 알맞게 사용할 때만 생산된다는 원리는 농산물의 명품을 만들어 내려는 모든 지역에 해당된다. 흙은 흙마다 고유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흙의 특성에 맞춰 작목을 선택하고(適地適作) 흙 관리를 보다 과학적으로 실행할 때 명실상부한 맛을 낼 수 있는 신토불이 명품농산물이 생산된다.

 
<이 자료는 비상업적인 용도를 위해 인용, 복제할수 있습니다. 다만, 출처(출처:흙살림)를 반드시 밝혀 주시기 바라며 개작은 허용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