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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업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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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의 원료와 지력관계
흙살림 조회수 694회 14-03-22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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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퇴비 제대로 알기(5)
글 : 석종욱(흙살림 감사, 한국녹비작물연구회 회장)
퇴비의 원료와 지력관계
퇴비원료의 중요성은 몇 번 강조해도 부족하다. 원료를 잘 선택하느냐 잘못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퇴비의 품질은 말할 것도 없고 지력에 미치는 영향도 클 뿐만 아니라 친환경농업 특히 유기재배에 사용할 수 있나 없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십 년간 농사를 지어오면서도 흔히들 지력(땅심)을 높여야 된다고 하면서 실제는 어떻게 해야 지력을 효율적으로 높이는가에 대해 확실히 아는 분들을 만나보기가 힘들다. 지금부터 그 방법을 알아보자.
먼저 토양 중에 퇴비가 들어가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한번 살펴보자. 모든 유기물이 토양 속에 들어가면 미생물에 의해 분해가 시작되는데 이때 미숙된 생유기물일 경우는 반드시 발효가 일어난다. 따라서 땅속에서 가스발생과 열이 날 수 있어 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러나 발효가 잘된 퇴비일 경우는 땅속에서 후발효가 없고 좋은 미생물들이 그 속에 이미 배양이 되어 있으므로 토양 속에 들어가서 길항미생물의 역할도 해 주고 또 토양 속 미생물들도 이를 먹이로 사용하면서 분해를 시작한다. 이때 미생물들이 계속 생기고 죽고 하면서 땅 속 잔여 유기물과 이 미생물들의 유체가 합쳐진 복합체를 우리는 토양 유기물이라고 부르며 부식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모든 부식은 유기물이지만 모든 유기물은 부식이라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우리 농민들 중에 볏짚이나 보릿짚 또는 유박 같은 생유기물을 토양 속에 넣기만 하면 일순간에 토양유기물(부식)이 되고 지력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원료에 따라 토양 속에서 잔류기간도 틀리고 미생물의 분해기간도 필요하고 또한 일시적으로는 작물생장을 오히려 해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토양유기물(부식)의 종류를 알아보자. 대체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영양부식 : 신선 유기물 또는 약간 변질한 유기물로서 분해시 무기양분을 토양에 공급해주고 또 미생물의 영양원이 되어 토양에 좋은 성질을 만들어주는 원인이 되는 유기물이다. 우리가 주로 많이 사용하는 우분, 돈분, 계분, 유박 등으로 화학비료와 같이 주로 작물성장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매년 많은 양의 유박을 넣는데도 작물은 잘 자라지만 매년 토양분석을 해보면 토양 유기물함량이 늘어나지 않아 지력을 높일 수 없다.
(2)내구부식 : 유기물이 토양 속에서 분해, 변성, 중합 등이 진행된 어느 정도 안정된 부식을 말하며 토양 속에 장기간(6개월∼5년)남아 있을 수 있다. 지력(땅심)의 기준이 되며 톱밥, 이끼, 갈대 등을 원료로 제조된 퇴비 등이 시비 되었을 때 리그닌(목질)이 많으므로 내구부식이 많아 지력이 빨리 높아진다(흙살림 신문 2007년 11월호 ‘유박과 퇴비의 차이’기사 참조).
그러므로 작물생장에 초점을 맞추려면 영양부식을 택하면 되고 지력(땅심)높이기를 원한다면 분해가 더딘 내구부식을 택하면 될 것이다. 유기재배를 하려면 적어도 토양 유기물(부식)함량이 5% 정도는 되어야 양분을 조금만 보태주든가 질소를 포함한 양분의 부족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그렇게 만들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리므로 우선 앞의 둘 다 효과를 얻으려면 계획을 세워 매년 적당한 양을 적정비율로 혼합해서 사용하는 장기적인 방법도 좋을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아무리 좋은 퇴비원료의 소재라 할지라도 오염이 되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수년전 한국마사회에서 나오는 마분(馬糞)을 서울근교에서 버섯을 재배하는 수십 농가에서 가져다 사용한 적이 있는데 종균이 발아가 안 되어 실농을 하여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이 농가들도 매년 가져다 쓰는 마분이라 믿고 사용했다가 문제가 발생하여 그 원인을 찾아보니 마굿간에 사용한 톱밥이 도료공장에서 오염물질을 흡착시킨 것으로 이를 모르고 납품업자들로부터 구입하여 화근이 되었다. 마분을 분석해보니 각종 화학물질에 오염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예로는 피혁공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이 10여년 전에는 비료성분(특히나 질소성분)이 많고 공짜로 준다는 이유로 농가에 많이들 공급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비료관리법상 퇴비공정규격에 정해져 있는 중금속들은 수은, 납, 카듐, 비소, 구리, 아연, 크롬, 니켈로 되어 있는데 이 중금속들은 분해가 안 되므로 계속 축적이 되면 토양 오염으로 작물에도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크롬의 경우 피부에 접촉이 되면 붉은 반점이 생겨 고생을 하는데 앞의 피혁제품에는 크롬이 많이 들어 있었다. 최근에 오염이 전혀 안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던 어느 지역의 토양 분석표를 보니 크롬이 상당량 검출 되었기에 피혁부산물을 사용한 적이 없느냐고 했더니만 오래전에 사용한 적이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토양중금속의 오염은 주로 많은 양을 사용하는 퇴비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은은 사람과 가축분뇨에서, 납은 종이슬러지에서, 아연은 수산물 폐수처리오니에서, 구리는 새끼돼지의 분뇨에서, 카듐은 식품가공공장의 폐수처리오니에서 주로 많이 발생한다. 이를 퇴비원료로 많이 사용했을 때는 토양이 바로 오염될 수 있다. 흔히들 우리는 물과 공기의 오염을 많이 우려하고 있는데 사실 이것들은 태풍 같은 것이 한번 지나가면 순식간에 바꿀 수 있지만 토양에 흡착된 중금속 같은 것은 장기간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현재 우리가 농사짓고 있는 땅은 우리 세대만의 소유가 아니고 자손만대로 물려줄 땅이므로 토양에 관한 모든 관리를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갖고 잘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