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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정착기<9> 농부가 개구리를 잡은 사연은?
흙살림 조회수 579회 19-07-0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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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에 해가 뜨는 6월의 농장은 자연, 사람, 저온저장고 할 것 없이 모든 것들이 가득히 채워지는 달이다. 그러다 보니 여기 저기 일거리도 많이 생겨나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먼저, 육묘장에 씨앗을 뿌려 키운 모종들은 뒤늦게 올라오는 후발주자들을 조금 제외하고 모두 제자리를 찾아갔다. 그 빈 공간은 최근 가을 작기를 위해 삽목해서 키우고 있는 애플민트와 레몬타임이 새롭게 자리 잡았다. 작은 실험을 해보기로 하여 일부는 상토에 심어 물을 잘박하게 채운 넓은 통에 놓고, 일부는 일반적인 모종들처럼 상토에 심어 놓고 매일 물을 주는 방법으로 키웠다. 나머지는 상토에 심지 않고 바로 물에 꽂아서 뿌리가 나는지 보기로 했다. 주변 환경 요인을 통제하기 어려워 완벽한 실험은 아니었지만 결과는 서로 많은 차이가 있어 재미있었다. 밖에 놓고 매일 물을 준 삽수는 어떤 것이 문제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초기에 많이 말라 죽더니 살아남은 것들은 제일 빨리 건강하게 자라서 곧 밭으로 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상토에 심은 후 밑 부분이 물에 잠기도록 했던 삽수들은 초기에는 정말 잘 자라더니 중후반부터 조금씩 시들며 죽기 시작해서 물 밖으로 빼놓은 현재는 거의 절반만 살아남아 있다. 가장 먼저 뿌리가 나기 시작하고 죽은 것도 하나 없이 잘 크고 있는 것은 물에 꽂았던 삽수들이다. 뿌리가 건강한 것들을 골라 상토에 옮겨 심었다가 밭으로 보낼 예정인데, 물에서 자란 것들이 땅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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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재배동에 있는 루꼴라들은 이제 거의 끝물이다. 몇 번 더 수확하고 정리가 되면 민트종류와 타임, 바질, 로즈마리 위주로 재배 할 예정이다. 십자화과인 루꼴라는 워낙 병해충이 좋아해서 친환경 자재를 뿌리고, 손으로 잡아도 나방유충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밖에서 무당벌레와 개구리를 볼 때마다 하우스 안으로 잡아넣었다. 입구는 항상 닫아놓은 상태이고 하우스 측창을 연다 해도 모기장이 붙어 있어 무당벌레와 개구리가 밖으로 쉽게 빠져나갈 수 없었다. 사람이 드나들 때 따라 들어왔다가 나가지 못하고 있는 참새까지 한동안 하우스에 머물렀다. 처음에는 사람 머리카락만 보여도 혼비백산하더니 제법 느긋하게 날아다니며 벌레를 잡아먹다가 어느 날 하우스 밖으로 나가려 문을 열었을 때 기회를 잡아 날아가 버렸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루꼴라 밭에 나방과 나방유충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개구리가 많아서였는지 어느 날, 하우스 안으로 뱀이 들어왔다. 30cm는 넘을 듯 제법 큰 뱀이었는데 다행히 독사는 아니었나 보다. 가까이 가려 했더니 빠르게 도망쳐서 하우스 밖으로 나가버렸다. 결과적으로 크기가 큰 개구리들은 다 없어졌지만, 아직도 작은 청개구리들이 열심히 일을 해주고 있다. 재배동 옆 육묘장 한 구석엔 논 토양을 개선시키기 위해 밭을 갈 때 마다 섞어 넣고 있는 왕겨와 미강더미가 있는데, 밤사이 들쥐들이 마대자루에 구멍을 뚫어 놓아 가끔씩 주위가 엉망이 되어버리곤 한다. 노지 스테비아 밭 한쪽 귀퉁이엔 이달 초, 수확은 끝내고 하우스를 정리할 때 남았던 작고 여린 고수들을 옮겨 심었는데 중간에 비도 자주 오고 잘 자라서 지금 한창 하얗게 꽃이 피고 있다. 여름 김치를 하려고 심었던 열무는 벼룩잎벌레가 극성이라 한줄기라도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고, 심지도 않았는데 자라고 있는 깻잎은 요리재료로 쓰고 있다. 종자를 구입할 때 서비스로 받아 뿌려놓고 방치해 온 상추는 정성껏 키운 것보다 더 잘 자라는 것 같다.

과수원의 방조망에서 자라고 있는 블루베리 나무는 올 봄에 큰 화분으로 옮겨 심어서 아직 그리 크진 않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묘목 몇 주에서는 열매가 열렸다. 대과종이어서인지 나무는 작은데 열매는 100원짜리 동전만한 것도 있다. 올 여름 내 몇 번 따먹을 정도는 될 것이다. 한편 작년에 밤나무들을 베어 내어 정리를 했지만 밑둥에 새 잎이 올라오는 나무들이 조금 있었는데 밤꽃까지 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산에서 왕지네가 자주 나타나곤 한다. 그럴 때 마다 너무 소름이 돋고 깜짝 놀라는데, 가끔 집 안까지 침투하려 해서 마을 어르신들의 조언을 듣고 집 둘레에는 지네 약을 뿌려 놓았다. 뱀이나 기타 유해곤충의 침입을 막아준다고 하니 안심이 된다.

과원 곳곳에서 야생으로 자라고 있지만 꽤 달큼하게 익은 산딸기는 지금이 한창이다. 잡초제거를 하러 올러갈 때 종종 간식으로 따먹곤 한다. 끊어내고 뽑아내도 계속 새로 자라는 있는 장로와 가시풀들은 지칠 줄을 모른다. 요즘은 블루베리 밭으로 가는 길을 따라 심어 놓은 도라지와 해바라기가 꽃이 피기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수많은 동식물들이 가득하여 매일이 부산한 6월의 농장은 바쁘지만 즐겁다.

글 이수진 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