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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농장 귀농일기<8>변화의 시기
흙살림 조회수 560회 19-06-1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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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집의 5월은 변화의 시기이다.

딸기는 마무리 되어가고, 미니밤호박은 한창 손이 가는 시기이다. 두 가지의 일이 적절하게 나누어져야 우리 가족이 해결할 수 있는 구조이다.

딸기는 여유를 주지 않아 직거래를 하는 저희로서는 긴장의 연속이다. 빨갛게 익은 딸기들을 보는 재미는 잠시다. 이 아이들을 빨리 딸기밭에서 따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기 시작한다. 봄이면 더 좋은 날씨 덕에 더 빨리 익기에 겨울보다 더 빨리 다가온다. 그렇기에 봄딸기는 익는 속도가 빨라 당이 차기 전에 빨갛게 익기 때문에 새콤달콤 딸기가 나오기 어렵다.


올해는 그래서 딸기밭에 실험을 해보았다. 딸기들이 너무 빨리 익는 것을 늦추기 위해 차광막을 씌워줬다. 결과적으로 딸기는 참 좋았다. 과일의 경도나 당도가 훨씬 좋은 것이다. 그래서 직거래하는데 5월에도 반응이 좋았다. 물론 봄에는 비가 자주 오기에 그럴 때에는 당도가 떨어지는 것은 어찌 할 수 없다. 자연에 순응하는 농부로서는 맛에 민감해지는 시기이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 숨어 있었다. 딸기가 아무리 좋아도 5월 초를 넘어가서는 딸기를 찾는 수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다. 딸기 판매가 원활하지 않고는 5월까지 하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다. 만약에 차광을 안했다면 5월 초순이면 끝이 났을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미니밤호박은 5월이면 손이 가장 많이 가는 시기라 일이 겹친다는 것이다. 매년 5월 10일 정도면 딸기는 거의 끝이나 호박에 일이 옮겨갔는데, 올해는 딸기를 5월 중후반까지 하다 보니 일이 겹쳐 쉴 수 있는 여유가 없어져 버렸다. 그래서 딸기 판매 시기를 예년과 같이 조정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하나씩 농장의 일에 균형을 맞춰야 너무 힘들이지 않게 된다.


미니밤호박은 벌써 중후반을 달려가고 있다. 달려간다는 표현이 적절하리만큼 빨리 자란다는 얘기다. 한달 정도 자란 호박은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일 듯이 등치를 키우고 자라는 속도가 보일 듯이 빠르다. 그러니 그 자란 아이들이 바람에 살랑이며 꼬이는 일이 다반사라 빨리빨리 잡아줘야 하고, 줄기가 나오는 만큼 곁순도 나오기에 잘 정리해줘야 한다. 호박이 잘 자라주니 일이 수훨할 것 같지만 자라는 속도가 빠른 만큼 호박은 그 빠른 시기에는 집중을 해줘야 한다. 다른 일을 겹쳐서 하기에는 손이 모자른다.


호박을 하다 못하겠다고 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호박은 얼키고 설키고 곁순도 마디가 많기 때문에 많이 나온다. 한창 자라는 시기에 손을 잠시 놓았다가는 어찌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꼬이고 만다. 그러니 호박을 할 때는 호박만을 사랑해야지 또다른 사랑은 둘다 엉망이 되는 것이다.

올해 농사집 호박은 반은 손이 가고 반은 자유로운 영혼이다. 딸기를 5월 중후반까지 하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딸기와 호박은 겹치지 않아야겠다는 중요한 결론을 내린 해이다. 이제 호박만을 사랑해줄 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딸기로 생각지 않게 우리가 생각했던 매출의 정점을 넘어섰다. 올해는 택배도 하지 않았다. 주변 지역에서 직거래로 100% 판매했다. 조금 더 직거래 판로를 넓힐 필요가 있어 가까운 목포로컬푸드직매장에 낼 필요가 있음을 생각했다. 언제든 직거래는 긴장의 연속이다. 언제든 최악의 상황도 생각해야 하기에 판로를 다양화해야 한다. 올해는 한 지역에서 굉장히 많은 딸기 직거래가 이뤄졌다. 딸기가 맛있다는 말이 좋은 뜻이겠지만 부담도 가는 말이다. 농부로서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지 맛을 내는 일은 딸기나 호박이 할 일이다. 그래도 그런 "맛있다"라는 말에 기분 좋기도 하고, 농사집을 찾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삶을 이루는 들판에서 농부의 마음으로.

글 이남연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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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처음으로 딸기 해충인 응애로 인해 봄딸기를 딸 수 있을까를 생각할 정도로 많았지만, 응애 천적으로 이를 잘 극복했다. 딸기 중간중간 물결치듯 좋지 않은 곳은 응애의 피해이지만 이를 이겨내고 다시 새잎이 나오고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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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밭 곳곳에 심어져 있는 보리이다. 진딧물 천적인 콜레마니진디벌의 쉼터이다. 머미가 보인다는 것은 천적이 잘 순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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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가 맛있다는 말이 좋은 뜻이겠지만 부담도 가는 말이다. 농부로서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지 맛을 내는 일은 딸기가 할 일이다. 농산물은 공산품이 아니니 매번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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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수정을 해주고 네트에 유인을 해주고 있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더 자라게 놔둔다면 꼬이고 꼬여 풀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호박은 너무 빨리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