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정보
본문
흙살림 귀농일기 7
귀농을 해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해 직거래하면서 우리 농산물을 찾아주시는 분들과 어떻게 직접 소통하고 만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하는 생각에 딸기체험을 시작했다.
봄에는 딸기 양도 늘어가기 때문에 직거래뿐 아니라 판매할 수 있는 판로를 활용을 해야 한다. 다행히 딸기체험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아 우리 소득에도 많은 보탬이 되는데 3월은 가족체험을 하고, 4월은 어린이집 단체체험이 대부분이다. 딸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마음껏 먹고 좋아하는 모습에 마음이 뿌듯하고, "딸기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한마디에 보람을 느끼고는 한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과 만나다 보면 때론 마음을 상하게 하는 부분도 있어 규칙은 조금씩 늘어나기 일쑤다.
딸기체험을 아이들과 함께 하며 딸기를 먹는 즐거움도 좋지만, 딸기가 자라기까지의 과정과 농부의 손길이 담겨 있는 먹거리에 대해 존중할 줄 알았으면 한다. 그리고 딸기밭에서 자율적으로 딸기체험을 진행하기에 규칙을 지키고, 서로간의 예의로서 체험을 즐겁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족체험은 대체적으로 차분하게 진행이 되고 있다. 딸기 이야기나 친환경 농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며 소통을 하는 분들이 늘어나며 서로간의 신뢰가 쌓이고 연례행사처럼 딸기체험을 오곤 한다. 우리 딸기를 먹어봤던 분들이나 입소문을 통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 딸기체험은 단순하다. 딸기수확체험을 하고 딸기 라벨 만들기 외의 다른 체험은 없다. 딸기잼 체험에 대한 문의가 많지만 딸기밭 관리만으로도 손이 모자란다. 기본인 딸기에 집중하며 흙에서 자란 맛과 향이 풍부한 딸기를 맛보여 드리려 한다.
그러나 단체 딸기체험을 하다 보면 고민이 많다. 특히나 어린이집 단체체험을 3년 정도 해보니 아쉬움이 많다. 처음엔 남들 하는대로 단체로 들어가 먹는 체험을 하다보니 아이들은 들떠 있고, 선생님에 따라 아이들의 행동을 어찌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딸기밭에 먹다 남은 꼭지며, 딸기를 따서 먹지 않고 딸기밭 속에 몰래 숨겨놓기도 하고, 딸기 따다 떨어뜨리고 밟아 딸기물이 흘러나오는 등 무질서한 딸기밭을 보면 정말 이렇게밖에 할 수 없을까란 생각에 너무 속상하기 이를데 없다. 아이들은 무척 좋아하는데 단체로 왔다가는 어린이집 체험은 이게 맞는지 자꾸 생각하게 됐고 보조선생님이 몇 분 더 오시면 좀 더 나은 딸기체험이 될 듯한데 대부분의 어린이집은 그럴만한 인력이 없는 것 같다. 선생님 한 명에 대한 아이들의 수가 20명까지 되는 반도 있어 딸기밭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이 공감하기엔 너무 많은 수인 것 같다.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모두 줄지어 들어가다보니 좁은 딸기밭에서 아이들이 넘어지기도 하고, 딸기를 따기 서툰 아이들은 누구의 도움 없이는 따먹기도 힘든 아이도 있고, 다양한 딸기를 만져 보는 등 아이들 행동에 대한 선생님의 주의가 필요한 순간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선생님은 선생님 대로 체험에 대한 사진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이들 하나하나 먹는 모습, 예쁜 모습, 단체사진을 찍다보면 아이들과 공감할 수가 없다. 그래서 어린이집 단체체험을 지속적으로 고민하면서 올해는 변화를 주고자 했다.
어린이집에서 원하는 딸기체험도 있겠지만 아이들의 특성에 맞게 연령이 낮을수록 적은 수의 아이들이 들어가는 것이다. 선생님도 아이들이 너무 많지 않아 수월하고, 그때그때 아이들과 공감하며 행동에 대한 규칙을 이야기해주면 아이들은 잘 따라해 줄 것이다. 올해는 3세와 4세 아이들의 체험에 변화를 주었는데 대체적으로 긍정적이었다. 물론 남아 있는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보조선생님이 필요한 점도 있고, 예전처럼 단체로 들어가서 딸기밭에 오래 있고 싶은 마음도 이해하지만, 딸기체험하는 농장의 운영을 이해하고, 농장과 서로 상생을 해야 아이들에게 좀더 질적으로 좋은 딸기체험이 되지 않을까.
아이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바뀌어야 한다. 선생님도 차분하게 아이들도 차분하게 딸기밭도 차분하게 말이다. 딸기밭이 엉망인들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어른들이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해야 되지 않을까
글 이남연 농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