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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 6

귀농해서 정착하기 참 쉽지 않다.
얼마 전 귀농 3년 여 만에 다시 되돌아간 농부가 있다. 딸기농사 3번만에 다른 일을 하러 떠난 것이다. 농사로는 생각했던 만큼 소득이 되어 주지 않은 모양이다.
딸기농사는 초기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다. 시설이 좋을수록 더욱 그렇다. 그러다 보니 초기 자본이 넉넉지 않으면 금세 불안해진다. 게다가 아이들까지 있다면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농사로 여유있는 소득은 쉽지 않다. 한 해 생활비와 다음 농사를 이어할 수 있으면 될 것 같지만, 아이들의 교육과 다양한 활동까지 생각한다면 농사로 쉽지만은 않다.
농사는 꾸준히 소득이 되지 않기 때문에 농산물을 수확했을 때 여유있게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런 생각에 욕심도 부리게 되고, 농산물이라도 폭락하게 되면 한 해 소득이 들쭉날쭉하게 된다. 그래서 한 가지 작물만 하기엔 조금 불안하기도 하다. 소득을 낼 수 있는 구간이 많아야 조금은 안심이 되고 소농이 공판장에 농산물을 내면 소득이 그만큼 줄어들기에 직거래를 해야 한다.
많은 귀농인들이 딸기농사하면 소득이 된다는 부푼 꿈을 안고 투자를 하곤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대박이란 없다. 너무나도 변화무쌍한 환경에 부딪치면서 자기 농사의 매뉴얼을 차근차근 만들고 경험치를 쌓는 일만 해도 10년이면 10번의 경험밖에 안되는 것이다.
귀농을 포기한 농부 또한 딸기농사에 대한 소문을 듣고 시작을 했을 것이다. 비닐하우스는 땅을 제외한 시설만 구입을 했는데 귀농인들에게 좋지 않은 사례이다. 시설을 구입했을 때는 10년 이상 농사하려고 구입했을 텐데 땅의 주인과 좋은 관계일 땐 상관없지만 언제든 사람과의 관계는 틀어질 수 있고, 이런 이유로 을의 위치에 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딸기농사만을 했기에 6개월 정도는 소득이 있지만 6개월은 소득이 없다. 그해 딸기 공판 시세에 따라 한 해 소득이 결정이 되니 소득이 불안하다. 결국엔 부부 중 한 명이 일을 해보기도 했지만 농사 일은 혼자하기엔 버거운 부분이 많다. 올해는 특히나 딸기 시세가 예년에 비해 많이 떨어지다 보니 귀농의 쓴 고배를 마시지 않았나 싶다. 아이들과 함께 더 멋진 가정을 꾸리려 왔지만 좀더 힘들어진 것 같다.
다른 문제들도 그를 떠나게 하는데 한몫 한 것 같다. 농사를 하지만 농부가 되지 못한 경우이다. 우리도 처음 딸기농사를 하려고 비닐하우스를 임대하려는데 농지원부를 해주지 않으려는 분들이 계셨다. 아마 직불금 때문일 것이다. 귀농인이 민원을 넣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막무가내인 분들이 있다. 관리를 하는 품질관리원에서도 민원이 들어와야 조사를 할 수가 있다고 한다. 귀농인은 부당함을 알지만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들어주는 경우가 있다. 원만하게 마을에서 살려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한번 좋지 않은 소문이 나면 귀농인은 그 마을에서 낙인찍히듯 쓴소리를 들어야 한다. 농사를 하면서 농지원부가 없으면 농부가 받아야 하는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농사가 더 힘들어지게 된다. 결국은 마지 못해 농지원부를 해주었어도 직불금은 포기 안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는 좀 알아서 어찌 시스템으로 될 수 없을까.
귀농인을 받아들이기 위해 지자체가 여러 유인책을 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귀농하고 정착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각자도생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농사를 배워가며 소득내기도 어려운데 정착하기까지 농사의 현실에 부딪치고 게다가 사람에게까지 부딪치면 정말 정내미가 떨어진다. 그러기 전에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글 이남연 농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