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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정착기<6>벚꽃비가 내리는 일하기 딱 좋은 달
흙살림 조회수 236회 19-05-0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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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점점 길어지면서 마른 대지도 달아올라 초록이 움트기 시작한다. 들녘의 부지런한 농부들은 아직 고추 모종을 심으려면 멀었음에도 한 톨의 들풀 씨앗이라도 떨어질까 열심히 기계로 밭을 갈아엎는다. 온도가 오르면서 더 이상 춥지 않고, 덥지도 않은 일하기 딱 좋은 날씨가 되었다. 블루베리에 거름도 주고 톱밥을 쌓아 올리는 작업을 하면서도 적당한 따뜻함과 상쾌한 바람에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매화가 지고 벚꽃이 피는 시기가 왔다. 해마다 이맘 때 화려하게 타오르는 벚꽃나무는 사람의 마음을 간질이는 능력을 가진 것만 같다. 요즈음 지역 내에 벚나무가 많은 곳이면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모여 한창 무르익은 봄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농번기라 매일이 바쁜 나는 하루도 농장을 떠나 있는 것이 큰 부담이기에 이 좋은 날씨에도 멀리 여행을 가기가 참 어렵다. 육묘장에서 자라고 있는 모종에 물도 줘야 하고 해가 뜨면 하우스를 열고, 해질 때는 닫아야만 하는 묶인 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을 마치고 오후에 잠깐 근처 벚나무 가로수가 만들어 놓은 벚꽃 터널길을 걷거나 바닷가로 드라이브를 다녀오면서 봄볕에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곤 한다.

 

4월은 농장일 말고도 여러 가지 일들이 참 많았다. 먼저, 시간이 날 때 틈틈이 유기농 기능사 자격증 준비를 해 왔는데, 얼마 전 실기 합격 결과가 나와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게 되었다. 농업인으로서 경력을 인정받으면 나중에 기사 자격증도 도전할 수 있다 하여 천천히 공부해 볼까 한다. 유기농기능사 말고도 종자기능사, 조경기능사 등 농업분야의 자격증을 하나씩 도전하며 배우게 되는 것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에 실기 시험을 치르면서도 농업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기농기능사 자격증에 도전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다는 점이 신기했다. 대부분의 시험장은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마감이 되어 인터넷 문제로 둘째 날 접수를 신청했던 나에게는 남은 선택지는 ‘제주도’와 ‘전남 강진’ 시험장밖에 남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강진군’까지 가서 시험을 보게 되었지만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올 봄부터는 지역 귀농귀촌학교 등을 통해 단체 방문 교육생들의 농장 방문을 시작하게 되었다. 작년 10월부터 시작한 새내기 농부라 아직 ‘작물’이나 ‘농법’에 대한 지식은 부족하지만 농장을 만들고 집을 지으면서 겪었던 많은 경험과, 투자, 허가, 시공 과정, 어려웠던 점, 관련 법률 지식이나 노하우가 귀농, 귀촌이나 귀향을 시작하려 하시는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착 기반을 마련하는 중에 행정적으로, 실무적으로 참 다양하고 많은 어려움들을 마주하고 해결해 나간 경험이 지금 와서 큰 자산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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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생산된 허브의 출하와 관련해서 올해 들어 꽤나 진지한 목표가 생겼다. 매주 단위로 일정하게 생산물을 출하할 수 있도록 재배하는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매주 생산되는 양은 작지만 땅을 어떻게 나누어서 몇일 간격으로 파종해야 일정한 크기와 상품성을 가진 생산물을 끊임없이 수확 할 수 있는지를 보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하우스를 한 동을 6등분으로 나누고 10일 간격으로 루꼴라와 고수를 파종해보고 있다. 같은 땅인데 발아가 잘 되지 않을 때도 있고, 기계가 없어 임대를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인해 스케줄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도 생기는 문제점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다행히 4월에는 루꼴라의 크기가 완전히 일정하지는 않았지만 적은 양이라도 어느 정도 고르게 출하가 가능 했다는 점에서 희망을 보게 되었다. 조만간 임대 면적을 좀 더 늘려 다른 종류의 허브들을 함께 시작할 계획인데, 또 다시 많은 문제점들을 마주하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현명하게 해결해 나가야겠다.

글 이수진 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