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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4>진딧물 피해로 딸기체험행사도 포기
흙살림 조회수 324회 19-02-1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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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 <4>


첫해 딸기농사는 많은 경험을 얻은 한 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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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를 심고 첫 난관인 탄저병으로 죽은 딸기모들의 자리는 다시 심어주었어요. 이렇게 한숨을 돌렸는데 또다시 찾아온 것은 농작물에 흔하게 생기는 진딧물이었어요.

일반 관행 농사에서 진딧물은 방제로 잘 잡히니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요. 그런데 친환경에서는 친환경자재들이 보통 오일 성분들이 대부분 있어서 딸기꽃이 피어 있을 때 방제를 하게 되면 수정율이 떨어진다고 해요. 오일 성분을 적게 희석하면 잘 방제가 되지 않으니 잘 안 하게 되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진딧물 방제할 시기가 늦어 피해가 많았답니다. 진딧물의 영향으로 딸기 생과로 판매가 어려운 것은 딸기 가공을 하게 되었어요. 딸기가공으로 딸기잼, 딸기콩포트, 딸기퓨레, 딸기말랭이 등 다양하게 만들어 본 것 같아요. 그래서 다음해부터는 천적을 사용하게 되었답니다. 처음 꽃이 피기 전까지는 친환경자재로 방제를 해주고, 꽃이 필 때쯤 뱅크플랜트와 함께 천적을 넣으면 진딧물이 조금 있더라도 결국엔 천적이 점유를 하게 되어 진딧물 피해를 막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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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난관은 딸기 판매였어요. 딸기 택배를 위해 딸기 전용 상자도 만들고, 블로그 등 SNS에 홍보도 열심히 했어요. 지역 프리마켓에 참여해 우리를 알리고 딸기도 알렸답니다. 그러나 딸기는 병해와 진딧물 피해로 많이 줄었지만 봄에 딸기는 너무 많았어요. 진딧물 피해가 있어 딸기체험도 할 수 없었고, 직거래와 가공으로 해결해야 했어요.

이제 시작한 초보 농부에게 직거래는 너무 가혹했답니다. 저장성이 거의 없는 딸기는 바로바로 수확을 하고 판매해야 되기 때문에 딸기를 수확하지 못한 것들은 과숙해서 먹을 수 없게 되곤 했어요. 공판장에는 가지 않는다고 했지만 판매할 곳이 없고 남아 있는 딸기를 보면 가슴이 답답했어요. 건강하게 자란 딸기들이 갈 곳이 없더라구요. 과숙한 딸기는 딸기액비를 만들었고, 남아있는 딸기는 가공하기 위해 따고, 씻고, 가공하기를 반복했답니다. 첫해 딸기생잼을 얼마나 만들었던지 이제 수제로는 그만 만들었으면 할 정도예요.


딸기 같은 경우, 친환경 농산물이라고 공판장에 가면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어요. 일반 관행 농산물과 똑같은 기준으로 크기, 모양, 포장 상태 등을 보고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에서는 땅에서 자란 친환경 딸기는 조금 못난이 취급을 받는 듯해요. 특히나 저희는 겨울에 난방과 수막도 하지 않아 울퉁불퉁 못생긴 딸기들이 많다보니 공판이나 유통 구조에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시설이 갖춰진 수경 재배 딸기들은 온도와 필요한 영양들을 주기적으로 공급해주니 딸기 크기가 크고, 모양도 좋아 공판장에서도 최고의 품질로 가격이 좋아요. 일반 관행 농산물이 모양이 좋고, 크고, 때깔이 좋다고 더 좋은 가격을 받다니 좀 이해가 되지 않지만 현실은 그렇답니다. 그러니 농부들은 그것이 기준이 될 수밖에요. 농부들도 생계를 이어가야 되니 소득이 좋은 구조를 따라가는 것이겠지요.

저희는 그런 방향과는 달라 딸기가 크다고 모양이 좋다고 좋은 딸기라고 생각지는 않아요. 딸기가 자라는 과정이 아름다운 건강한 농산물에 맛과 향이 적절하게 좋은 딸기면 최고의 품질이 아닐까요. 딸기는 손이 많이 가는 선별보다는 너무 작거나 흠과 들만 빼고 그냥 크고 작은 딸기들이 어우러져 무게대로 팔면 안될까요? 딸기 선별과 포장에 농부들이 굉장히 힘들어 하는데 그런 유통에서 요구하는 노동력이 저희는 너무 소모적인 느낌이 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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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산물은, 소비자가 그 가치에 맞는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어야 늘어나지 않을까 싶어요. 주변 지역에서 직거래로 판매하다 보니 아직은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적어 판매에 어려움이 있지만 난방을 하지 않은 느릿느릿 딸기의 맛을 보면 달라지더라구요. 요즘 너무 맛에 민감하다보니 친환경 딸기라서 구입하는 것보다 맛이 좋아 구입을 한다고 하는 분들에게는 좀 아쉬움이 남는답니다.

첫해 딸기농사에서는 병충해를 잡지 못하다 보니 딸기 수량이 너무 적었고, 판매 또한 딸기 양에 비해 현저히 적어 소득이 생산비에 못미치는 마이너스 농사를 했답니다. 친환경 농사를 하며 직거래로 소득을 낸다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뼈저리게 느낀 한해였어요. 지금은 직거래 수량도 늘었고 딸기체험과 딸기 가공, 딸기 택배 등으로 딸기 2동은 잘 운영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 많이 뿌듯하답니다.

글 이남연 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