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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농가 귀농일기<3> 첫 딸기 농사 탄저병에 울다
첫 딸기 농사는 많은 어려움을 안겨주었어요
먼저, 첫 농사이기에 딸기 모종을 구하는 일부터 어려움에 부딪혔어요. 일반 관행 딸기 모종은 많았지만, 친환경으로 재배해야 했기에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에서 딸기 모종을 구해야 했어요.
그러기 위해 친환경인증시스템에 들어가 주변 농가를 검색을 해봤는데 너무나 적은 농가 수에 놀랐답니다. 특히나 강진은 딸기 농가가 많이 늘었지만 한 농가뿐이었고, 다른 지역에서도 다르지 않구나 새삼 놀라웠어요. 물론 그때는 친환경 농사를 하시는 농부님들이 적었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는데 지금은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알 것만 같아요. 오히려 친환경으로 재배하면 소득이 안 되는 구조에 그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이 문제는 유통에서의 문제와 많이 결부되어 있어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여튼 주변 지역까지 검색을 해서 보니 담양에는 여러 농가가 있어 그곳으로 딸기 모종을 찾아 유랑을 떠났답니다. 친환경 농가들을 둘러보면서 농부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조언도 구하고 하면서 참 딸기라는 농사가 쉽지 않구나 느꼈어요. 물론 농부라는 직업 자체가 생산부터 판매까지 종합 예술인이 되어야 하니까요. 딸기는 특히나 재배 기간이 길고 병이 많다 보니 딸기의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이 사용할 모종만 하시는 분들이 많았고, 모종을 판매하려고 하는 분들이 적어 두 곳을 찾았지만 저희와 정식 시기가 맞는 농부님의 딸기 모종을 구하기로 했답니다. 딸기는 보통 9월 초중순에 정식하기 때문에 보통 딸기 모종은 6월~7월에 미리 구두로라도 서로 계약을 해야 구입할 수가 있답니다.
처음 딸기 농사는 강진에서 유일하게 친환경 딸기농사를 하는 농부님의 조언을 빌어 같이 준비하게 되었어요. 그 농부님도 아이가 있어 혼자 농사를 하는데 같이 하니 일도 수월하고, 저도 단계별로 뭐를 해야 되는지 알 수가 있어 너무 좋았어요. 그렇게 딸기 심기까지 하나하나 배워나갔어요. 문제는 딸기에 병이 오기 시작했어요. 딸기들이 잘 크는 듯한데 딸기가 죽어나가니 어찌할 방법이 없더라구요. 탄저병이라네요.
딸기는 정식했을 때 새로운 땅에 뿌리 내릴 때가 가장 약한 존재예요. 그때부터 튼실하게 크고 서늘해지는 11월 초중순까지가 병해가 많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탄저병은 친환경 약제가 없어요. 일반 관행에는 약제가 있어 약을 하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친환경도 중요하지만 생계도 걱정해야 했기 때문에 그렇게 조언도 해주셨어요. 친환경 농부님에게도 조언을 구했지만 명확한 것은 없었어요. 조금은 병을 완화하기 위해 살균 작용을 하는 계피를 삶아 그 물을 주기도 했어요. 딸기들은 거의 절반에 가깝게 죽거나 병해가 있었어요. 어느 한 농부님은 기다리라고 했어요. 11월 찬 바람이 나면 괜찮을 거라구요. 참 기다림이 야속했지만 결국은 병이 멈추었답니다. 지금 생각해도 별다른 방법이 없네요.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나려 하네요. 이래서 친환경을 하지 말고 그냥 약을 하고 대박 농사 지으라고들 하는군요. 그래도 어떡하겠어요. 그렇게 첫 관문을 넘었답니다.
딸기는 재배하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초반에 안됐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더라구요. 딸기는 열매를 맺는 화방이 세네 번은 나오는 것 같아요. 관리하는 방법에 따라 더 나오기도 해요. 딸기들이 나오는 양은 어느 정도 총량이 있는 것 같아요. 처음이 좋지 않다면 다음 번에 더 튼실하게 많은 양이 나오더라구요. 죽은 곳은 옆에 새끼모종을 받아서 뿌리 내리면 심어주는 것으로 조금씩 죽은 자리를 채워 나갔어요. 그리고 병해가 심했던 모종은 병이 사라지니 새잎은 온전히 나와 새로운 희망을 주었답니다. 딸기는 9월에 심어 5월까지 농사를 하기 때문에 긴 재배 기간 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난답니다.
첫 딸기 농사를 준비하면서 딸기가 고소득 작물이라고 하는데 그저 고개를 갸웃하게 돼요. 들어가는 생산비가 많다 보니 매출은 다른 작물에 비해 많아 보이더라도 소득이 고소득이라고 할까 싶어요. 하우스 비닐도 자주 갈아주고, 모종값, 인건비, 병해충 방제 비용, 밑거름, 웃거름 비용 등을 따져 보면 그리 고소득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요즘은 수경재배라 해서 베드에서 키우는 딸기 재배를 많이 하는데 하우스 짓는 비용이 억대를 넘어가니 농사로 그만큼의 소득이 되어주는지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지자체에서도 수경재배는 새로운 재배법이라 해서 보조도 해주지만 일이 편한 방법이라 그런지 땅에서 재배하는 귀농인들은 극히 드물더라구요. 물론 친환경을 하겠다는 귀농인들도 적구요. 지자체에서도 친환경으로 농사해서 정착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일반 관행 농사에 대한 매뉴얼은 있는데 친환경 농사에 대한 매뉴얼이 없는 것 같아요. 친환경 농사를 연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자체에서 친환경 농업을 육성해야 한다 말은 그저 영혼 없는 메아리 같아요. 솔직히 조금은 더 안정적으로 정착하기에 일반 관행 농사가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딸기 같은 경우, 친환경 농산물이라고 공판장에 가면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어요. 일반 관행 농산물과 똑같은 기준으로 크기, 모양, 포장 상태 등을 보고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에서는 땅에서 자란 친환경 딸기는 조금 못난이 취급을 받는 듯해요. 수경 재배 딸기들은 필요한 영양들을 주기적으로 공급해주니 딸기 크기가 크고, 모양도 좋아 공판장에서도 최고의 품질로 가격이 좋아요. 그러니 농부님들은 그것이 기준이 된답니다. 소득이 안 되는 친환경 농사를 왜 하느냐고 되묻곤 해요. 저희는 그런 방향과는 달라 딸기가 크다고, 모양이 좋다고 좋은 딸기라고 생각지는 않아요. 그저 딸기가 자라는 과정이 아름다운 건강한 농산물, 맛과 향이 적절하게 좋은 맛있는 딸기면 최고의 품질이 아닐까요. 저희는 친환경 농사가 일반화 되었으면 좋겠고, 농부님들이 잘살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농산물은 국가적으로 물가 관리를 하는 만큼 친환경 관리를 위해서도 공공재로서 인정을 해서 농민 기본 소득으로 안정적인 농사를 할 수 있게 뒷받침이 되어주면 좋겠어요.
글 이남연 농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