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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업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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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눈물의 친환경인증 도전기
흙살림 조회수 775회 18-12-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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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과 조우해 왔고, 지금도 생각지 못하게 마주친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 있다. 올 가을에도 역시나, 역경을 헤치며 농장을 만들고 작물을 심어 내 이름이 적힌 농업인 경영체 등록증을 받은 기쁨도 채 가시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친환경 농업인가 되고자 하는 초보 청년농부에게 새로운 난관이 나타났다.

‘잔류농약 검출로 무농약 인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인증기관으로부터 소식을 듣게 된 순간부터, 심장이 빠르게 울리기 시작했고, 억울한 마음과 서운한 기분에 눈물부터 나왔다.

사실 내가 구매한 임야는 오래 전부터 전 주인이셨던 어르신이 관행농법으로 운영해 온 밤나무 농장이었다. 2016년 땅을 구매한 후, 관행으로 재배되어 오던 밤나무들을 벌목하고 토양을 새로 정리 한 후 과실 묘목을 심었다. 그 과정에서 농장 한쪽 구석, 얼마 안 되는 매실 나무들을 남겨 놓기로 결정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무농약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시기가 지나 수확할 수 있는 농산물이 없었고, 새로 심은 묘목은 키가 작아서, 성목인 매실나무 가지를 검체로 사용하였는데 여기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내가 관리해 오면서 농약은 한 방울도 사용하지 않았고, 매실 나무도 이 전에 어르신이 가정 소비용으로 키운 것들이어서 약을 뿌리셨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인증 발급 판정을 받게 된 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단 한번 농약을 사용하더라도 이를 나무가 흡수한다면 최소 5년에서 10년까지 농약 성분이 나무에 남게 된다고 한다. 결국 큰 나무들은 베어 버리고, 오염되지 않은 토양으로 객토 한 후 녹비작물을 심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동안 너무 바빠서 매실 열매를 수확할 수 없었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비록 올해 친환경 인증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은 정말 아쉽지만, 먹거리를 생산하는 생산자이자, 마트에서 다른 생산자분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구입하는 소비자이기도 한 나는 까다롭게 관리되고 있는 친환경 인증 제도에 더욱 믿음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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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쉽게 분해되지 않는 화학 물질이 매 순간 우리나라 토양에 뿌려지고 있으니, 이것들이 정화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올 여름 어느 지역을 가든 쉽게 마주했던 밭과 과수원의 농약 냄새와 노랗게 빛바랜 제초제가 뿌려진 논둑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이번 경험을 계기로 나는 다시금 지속 가능하고 자연과 사람을 건강하게 지키는 친환경 농업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친환경 농업에 첫 발을 내딛은 이상, 어떤 유혹을 만나게 되더라도 무너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한 마디 뿌리만 남아도 죽지 않는 불사의 잡초, 걸신들린 나방 유충과 싸워 지는 한이 있어도,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바른 농부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