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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 - 농사지은걸 어떻게 팔아야 하나
흙살림 조회수 379회 18-12-0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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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살림 귀농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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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프리마켓에 참여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통해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고 있다.


첫 농사를 시작하면서 참 설레였지만 막무가내였을까요. 지금 생각하면요. 저희가 임대한 하우스를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호미가 필요하면 하나 사고, 삽이 필요하면 하나 사고 하는 시기였으니까요. 저희는 농촌 생활에서 필수 아이템인 흔한 트럭도 없이 귀농을 한 진짜 맨손 그 자체였습니다. 작은 경차 타고 다녔으니 마을 분들이 뭐라 하셨을지요. 지금 생각하면 웃음도 나네요.


그래도 귀농 첫해에 저희에게 많은 도움과 생각을 나누어주신 선배 농부가 있어 다행이었어요. 트럭이 없으니 매번 필요할 때 짐도 날라주시고 필요한 도구는 갖다 쓰라 했으니까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지금은 귀농을 했지만 아직은 마음이 굳어진 것이 아니니 일 년 정도 농사해보고 정말 필요하다 싶은 것만 사도 된다." 라고 아낌없는 도움을 주셨어요. 지금 다시 생각해도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나도 누군가 귀농해서 도움이 필요하면 사심없이 도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첫 농사인 미니밤호박은 처음엔 틈새 작물이었어요. 농부는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직업이 아니기에 소득이 없는 달이 길어지면 불안할 것 같더라구요. 선배 농부의 경험으로 저에게 조언을 해주었답니다. 딸기는 12월에서 5월까지 소득이 있지만 나머지 달에는 소득 없이 지내는 달이 많으니 7월에서 8월에 소득이 생기는 미니밤호박을 하면 좋겠다구요. 지금 생각하면 선택을 잘한 것 같아요. 딸기를 많이 해서 일년 생활할 소득이 되면 좋겠지만 한 가지 작물을 많이 한다고 해서 소득이 높아지는 건 아니더라구요. 공판장에 한꺼번에 낼 것이 아니라면 직거래로 할 수 있을 만큼만 해야 했어요. 적은 량이기에 소득을 올리기엔 공판장은 저희에게 맞지 않았고 농부인 생산자가 가격 결정을 할 수 없는 구조이기에 직거래를 해야 했어요.


저희 첫째 아이는 호박이에요. 태명이에요. 첫 농사인 미니밤호박을 하면서 뱃속에서 자랐으니 자연스레 그리 짓게 되었어요. 미니밤호박은 병이 적은 작물이기에 저희에게 농사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준 아이라고 할까요. 큰 병이 없고, 잘 자라니 농부에게는 재미난 작물이에요. 자라는 동안에는 빨리 크니 오늘 다르고 또 내일 다르더라구요. 그때는 호박이들만 봐줘야 해요. 모양새는 적당히 크고 동글동글한 것이 단단하고 옹골차서 예쁘게도 생겼어요. 수확하고서는 저장성도 좋아 후숙을 하고 판매를 하면 되니 직거래 품목으로 좋은 작물인 것 같아요. 맛도 좋으니 금상첨화랍니다.


요즘은 농부로서 생산은 기본이지만 판매를 잘해야 해요. 전업농이기에 판매를 못하면 소득이 없답니다. 물론 이를 대비해 농사 이전부터 블로그를 기반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준비하고, 자기 농장만의 브랜드도 만들어보며, 농부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고 나누었어요. 그러나 첫 판매는 너무 어려웠어요. 건강하게 자란 맛있는 미니밤호박이 있지만 저희를 아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SNS는 첫해엔 관심을 보이는 정도여서 판매까지 이어지진 않았어요. 그래서 지역 프리마켓 장터(장흥 마실장, 해남 모실장, 완도 장보고웃장, 강진 정거장)에 가서 판매도 하고 저희를 알렸답니다. 그러나 미니밤호박은 지역에서 많이 생산하는 작물이라 판매가 쉽지 않아 인터넷 직거래장터나 스토어팜에 입점해 판매했어요. 결국은 호박이 생일 이벤트도 하고 추석 특수에 선물용으로 겨우겨우 판매한 기억이 나네요.


농부가 될 때는 자연에 순응하며 조용한 삶을 생각했지만, 농산물 판매라는 어려운 과제에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되었지 뭐예요. 지금에야 저희 농산물을 찾아주는 통로이니 고마운 존재랍니다. SNS나 택배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의 농사를 지속할 수 있었을까 싶어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제가 할 수 있는 농사만큼만 자연스런 농사를 하려 했기에 친환경 농사를 하려 했어요. 이런 생각에는 좀더 농사에 대한 생태 가치와 자립하는 삶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해준 전국귀농운동본부의 생태귀농학교에서의 배움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귀농을 마음먹었을 때 꼭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삶 전체를 옮기는 큰 변화의 시기인 만큼 방향성을 고민해보는 좋은 시간이기도 했어요. 덕분에 농부로서 돈을 좇아가기 보다는 생태 가치와 건강한 먹거리로 사회에 생명을 전하는 책임 있는 귀한 농부, 멋진 농부가 되고자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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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농사였던 밤호박들과 자연스런 교감을 통해 태명이 된 호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