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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에 대한 사회경제 단상
흙살림 조회수 422회 14-03-2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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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에 대한 사회경제 단상
귀농지원 정책의 한계
최근 ‘귀농’에 대한 사회적, 개인적 관심이 고조되어가는 것 같다. 간간이 언론에 취급되기도 하고, 귀농(희망)자를 대상으로 교육, 컨설팅을 하는 기관이 적지 않게 생겨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농촌지역 시군 지방자치단체들의 관심도 높아가고 있다. 이에 정부도 '귀농귀촌종합대책'에 대한 관련 정책을 발표했다.
우선 농림식품부가 귀농자에 대해 정책을 통해 지원하겠다고 방안을 마련한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조건과 환경에서 귀농이 일어나고 있으며, 따라서 이들 귀농인에게 여러 방면에서 지원하여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평가돼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귀농지원정책은 이번에 새로 출현한 것도 아니고, 실제 귀농하려는 사람들이 막상 정책을 살펴보면 아주 미흡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정부의 농업정책 대강이 변함없이 탈농 수입개방기조에 서있기 때문에 귀농인이 농촌?농업에 정착할 수 있는 효과를 얻기에는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귀농 양상을 통해 보는 사회변화
현재 귀농인구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제시되어있지 않은데 1998년~1999년 IMF 시기에 일시적으로 귀농인구가 증대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한해에 1~2천 가구 정도가 농촌으로 유입된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경제공황으로 IMF시기에 일어났던 것처럼 도시부문의 실업자가 늘고 취업난이 깊어지면서 귀농인구가 다소 늘어나는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 최근 귀농이 관심으로 떠오르는 것은 도시에서의 삶이 피폐되고 전망을 상실해 가는 사회변화와 관계가 깊은 것으로 보인다. 인구 숫자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IMF 때와 최근 경제공황 시기에 나타나고 있는 몇 가지 특징을 보면 최근의 양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것은, 첫째, 최근 귀농은 도시에서 삶과 일자리의 악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만으로는 볼 수 없다. 만약 도시의 삶이 어렵지 않다면 귀농자의 대부분은 힘든 농촌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알찬 귀농교육이 필요한 이유도 함축하고 있다. 둘째, 농촌으로 소수의 인구유입에도 불구하고 전체 농민인구는 그보다 큰 규모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고령화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농사를 계속할 후계자를 못 찾는 상황이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귀농자 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는 현상이 지속된다는 것은 정책의 초점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 지를 설명해 주는 중요한 지표가 아닐 수 없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농업정책은 한편으로는 있는 집토끼를 몰아내면서 그 빈집에 새 토끼를 넣고 있는 일을 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셋째, 귀농자의 대부분이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되돌아가는 지난날의 관례가 되풀이 될 수 있다. 뿌리를 내리지 못하거나 도시의 경제상황이 나아져 상대적 결핍을 느끼면 귀농자는 도시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귀농자수는 다시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몇 가지 점에서도 귀농정책은 최근 도시에서 발생한 고용문제를 일시적으로 조금이라도 회피해보고자 하는 정책이 되어버릴 가능성도 높다.
농촌에서 살기
농촌에 정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농촌의 삶을 아는 사람이라면 도시를 떠나 "농사나 지어볼까"라고 안이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야 없겠지만, 지금 농촌에 정착해 살아간다는 것은 큰 모험에 속한다. 농사 지어가지고는 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다. 농사경험이 없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10년 20년 농사 지며 살아온 사람도 힘들어 이농을 하는 판이다. 의욕을 가지고 덤볐다가도 두어해 정도 농사에 실패하면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 후회하기 십상이다. 농촌에서 살려고 농가주택과 약간의 토지를 마련하는 것은 시작일 뿐이다. 그것조차도 상당한 자금이 들어가지만, 농기계도 구입해야 하고 영농경험을 쌓아야 되고 농사일에 추가 영농자금도 필요하다. 여기까지 해놓았다고 해도 농사는 시장가격이 불안정하여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 가뭄이나 병충해 같은 자연재해, 가격추이, 판로 등이 함께 어울려주어야 한다.
요즈음처럼 수입농산물이 범람하여 식탁이 점령당한 세상에서는 더 그렇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농업?농촌에 미치는 파급영향은 더욱 몰려들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두세 해 정도 잽과 어퍼컷을 얻어맞고 나면 다시 도시로 되돌아간다. 그래도 사람이 몰려 사는 도시에 살아야 일자리를 찾기 쉽다고 생각을 바꾸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되는 데에는 단지 경제적 요인만이 아니다. 도시와는 다른 농촌지역에 현지적응을 해야 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완고하고 도시 생활습성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마을문화와 관계를 잘 가져야 하며, 교육?의료?교통?문화생활 등 모든 면에서 뒤떨어진 생활을 받아들여야 하고, 부인, 자녀 등 가족 간의 관계도 새롭게 변화시켜야 한다.
이런 점에서 도시인에게 ‘귀농’은 새로운 도전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농촌정착을 안내하고 돕는 조직과 협력적 네트워크가 활발해 지고 있는 것일 것이다. ‘흙살림’도 그 중 하나다.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예비 사례들을 접해보면서 생각을 가다듬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서두르지 않고 발품을 부지런히 팔아 미리 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정혁기(도시흙살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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