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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형 유기농업 시대를 열자(김성훈)
흙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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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2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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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형 유기농업 시대를 열자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전 농림부장관)
11월11일이면, 대한민국 정부가 친환경 유기농업 원년(元年)을 공식으로 선포한지 만 12년이 된다. 그동안 친환경 농업은 생산과 소비면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으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저농약농산물이 친환경농업 범주에서 제외되고 이제는 무농약 재배 또는 순수한 유기농업 재배 농산물만이 친환경농산물로 분류된다. 축산물과 가공식품에 대한 친환경인증제도의 도입도 그 첫 단계조치가 이미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2009년말 현재 전체 농산물의 5.1%, 또는 농산물 총 재배면적의 4.8%가 무농약 및 유기농 재배 농산물로 인증받기에 이르렀다. 저농약 인증 농산물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생산량 면적의 11.6%를 차지한다. 그러나 아직 순수 유기농인증 비중은 전체 농산물 재배면적의 1%대에도 미달하여 선진국 평균수준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이는 광의의 친환경농업의 성장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이나 아직 순수 유기농업 비중은 여전히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정부가 친환경 농업 육성법과 식품산업진흥법을 통합 개정하려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에 즈음하여 몇가지 유념해야 할 중요한 미래지향적인 정책 방향에 대하여 당부하고 싶다. 먼저,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지속가능한 유기농업정책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환경생태계의 보호?보존이다. 화학농법으로부터 땅을 살리고 물(水質)을 살리며 하늘(大氣)을 살려 다양한 생물의 종(種)과 생태계의 소중한 미생물을 보전하는데 그 첫째 목적이 있다. 국민 소비자의 건강?생명과 생산자의 소득 보장은 그 다음의 목표이다.
따라서 유기농업의 지원정책은 환경보전 차원의 문제이지 통상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통상압력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마저 환경생태계 보전문제인 유기농업 지원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유기농 선진국들이 자국의 농산가공품의 수출에 있어 국내산 인증과 동등성(同等性, equivalence)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는 결코 동등성 요구에 굴복해서는 아니된다. 정부는 국내 인증을 받지 않고는 외국 유기농 제품을 들여오지 않겠다고 이미 공언하면서 2008년부터 독자적인 유기가공식품 인증제를 실시하여 왔다. 또 WTO에도 그렇게 하겠다고 이미 통보해 놓았다. 그러고도 최근 정부 일각에서 자국 유기농산품 인증의 동등성을 받아들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행위는 규탄 받아 마땅하다.
둘째, 지속가능한 유기농업을 발전시키려면 정부가 생산단계에서는 토종 종자개량 및 유기농 종자의 육성 보급에 우선적으로 R & D 지원을 집중하고 국내산 천적과 미생물제재, 친환경농법 등의 발굴 보급에 앞장서야 한다. 이들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은 정부당국(농촌진흥청)과 학계가 오래 전부터 막대한 노력과 비용을 투입하여 수행했어야 하는데도 지금까지 다만 선한 유기농업인과 몇몇 착한 학자들간의 외로운 연구결과에 의존해 왔음을 반성해야 한다.
셋째, 1998년 11월11일 정부가 ‘친환경유기농업 원년’을 선포함과 동시에 소비자협동조합법(일명, 생협법)을 제정 공포하는 등 친환경유기농산물의 판로 확보에 노력해 왔다. 그런데도 농협을 비롯한 일반 상업적인 대형 유통조직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오히려 최근의 배추파동 때 새삼스레 생산자-소비자의 상호 배려와 신뢰관계에 기반한 생협등의 직거래의 위력이 증명되고 있다. 반면 천문학적인 정부투자로 설립되어 값비싼 노임을 받고 종사하고 있는 농협유통센터의 기능이 무기력하고 미흡한 존재로 대비되었음은 아이러니컬하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미완성의 생협법을 긍정적으로 보완하여 농협에 투자했던 만큼의 1%만이라도 생협중앙회 기능을 보강하고 외국처럼 친환경적인 공산품 취급을 허용하며 정부가 재정적 세무적 지원을 행할 수 있도록 소관부서와 협의하여 기존의 생협법을 적극 보강해야 할 것이다.
넷째, 친환경 유기농업 생산에 못지않게 이를 저장 가공하여 특히 세계인들이 선호하는 발효식품, 즉 제2의 천연식품으로 거듭나도록 농민과 마을 또는 생협 중심의 유기농 가공지원정책을 배가하여야 할 것이다. 농업인들이 가공분야에 진입하기에 장애조건이 되어 있는 현행 식품가공위생법을 비롯 주세법, 도정법 등의 대폭 개정하여 유기농민 위주로 개편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다섯째,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도시농업 육성과 도시지역 공동체가 지원하는 유기농업(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운동, 그리고 로컬푸드, 슬로우푸드 운동 등을 적극 지원하여 저탄소 녹색 foot-print 줄이기 운동을 활성화할 것을 제안한다.
끝으로, 농림부가 수산업무를 관장하도록 농림수산식품부로 확대통합된 이상 선진국처럼 아니 그보다 더 앞서서 양식?영어 수산물의 친환경(인증)제도를 확실히 도입 실시 하도록 법 규정과 제도를 만들어 국민소비자들로 하여금 항생제, 방부제, 성장호르몬제 등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