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보기 기부금내역
농업동향

페이지 정보

흙을 살리는 농업에서 생명을 살리는 농업으로
흙살림 조회수 355회 14-03-21 21:37

본문

흙을 살리는 농업에서 생명을 살리는 농업으로
   
흙을 살리자는 운동이 시작된 지 어느 덧 20여년이 흘렀다. ‘흙이 죽었다’ 함은 ‘흙이 각종 유해물질로 오염되어 그 기능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라는 것을 뜻할 것이다. 그러면 건강한 흙, 건강한 하천은 어떠한 것일까?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 움직이는 흙, 하천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생명체가 살지 못하는 흙에서는 작물이 제대로 살 수가 없다. 따라서 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는 흙을 잘 가꾸어야 한다. 흙이 살아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은 토양미생물을 비롯하여 다양한 종류의 생물이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보고 알 수 있다.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물이다. 최근 밭과는 달리 ‘논’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논’은 주식(主食)인 쌀을 생산하는 곳일 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문화가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논은 항상 많은 물을 머금고 있어서 하나의 습지생태계로서 논과 그 주변의 생태계에 많은 종류의 생물이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생물다양성을 품는 논
봄에 농사철이 시작되면 논에는 서서히 물이 들어오게 된다. 물이 들어오면서부터 많은 생물들이 알에서 깨어 나와 생명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오랜 기간에 걸쳐 내가 속해있는 연구실에서 전국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논과 이에 연결된 생태계에서는 315종의 수서무척추동물이 서식하고 있음이 밝혀졌고, 어류, 파충류, 양서류와 같은 척추동물도 39종이 발견되었다. 앞으로도 생물조사가 계속된다면 보다 많은 종들이 발견될 것으로 믿고 있다. 이러한 생물종들은 하나로 연결된 생태계에서 논에 고유한 먹이사슬을 형성하고 있는데, 결국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새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논 생태계를 새가 서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다. 우선 서식생물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과다한 농약사용, 과다한 경운 등을 지양해야 하며, 논과 연계된 생태계 즉 수로와 배수로, 논둑을 친환경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물웅덩이와 같은 생물서식공간(‘비오톱’이라고 함, biotop)을 조성하고, 물의 흐름을 자연스레 연결하는 등 다양한 생물이 살고,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서식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매년 친환경유기재배 논이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오히려 해마다 많은 논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로나 배수로를 생태적으로 바꾸는 데는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단절된 논 생태계를 연결하는 것 역시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논’을 하나의 습지생태계로서 복원하는 것은 농민의 역할이 중요하다.
농민이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논을 관리하는 것은 그들의 인식수준에 달려 있는데, 일부 농민단체 및 환경운동그룹들은 그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데 노력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농민의 경우 이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부족하다. 논 생태계의 복원을 통해서 많은 생물종이 살아 숨 쉬고 있는 모습이 일반소비자의 눈에 비춰질 때,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생산한 쌀에 대한 보다 많이 지불할 의사가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경험한 후 논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은 벼농사를 짓는 농민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서서히 눈을 뜨고 있으나, 이에 대한 농민의 인식은 아직도 부족하고 본다.
생물이 살아 움직이는 농촌
지금의 소비자는 자신이 먹는 농산물이 생산되는 과정을 눈으로 보고, 체험하고 난 뒤에만 깊은 신뢰를 보낸다. 하나의 작은 먹을거리에도 테마가 있고, 이야기가 있으며, 그것이 생산되는 모습을 보고 체험할 때, 신뢰를 보내며, 감동이 있는 곳에 아낌없는 대가를 지불한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의외로 방법은 간단하다. 친환경농업을 통하여 흙 자체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물이 없을 때에도 각종 벌레가 피신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며, 많은 유익한 생물이 알을 낳고, 숨을 수 있는 공간 즉 둑에 나는 잡초를 깡그리 없애지 않을 때, 우리의 생태계는 서서히 회복될 것이다.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감동이 있는 곳에서 우리 농산물이 생산된다면 우리 농산물의 브랜드의 가치는 저절로 높아지며, 일반 시민이 우리 농산물과 우리의 농촌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커질 것임을 확신한다. 이것이 도시민의 마음과 농부의 마음을 서로 연결하는 길이 될 것이다.
시멘트 포장으로 되어 있는 농촌의 오솔길만이라도 흙으로 바꿈으로서 농촌다움을 풍길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어 보자! 생물이 살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 가자! 논 속에서 헤엄치는 이름 모를 벌레들을 만나보는 즐거움을 갖도록 하자! 이제는 흙을 살리는 운동을 뛰어넘어 생물이 살아 움직이는 농촌모습을 회복하자!
 
<글: 강기경 박사, 농촌진흥청 농업생태연구실장>
 
 
<이 자료는 비상업적인 용도를 위해 인용, 복제할수 있습니다. 다만, 출처(출처:흙살림 http://www.heuk.or.kr)를 반드시 밝혀 주시기 바라며 개작은 허용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