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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유기농업은 동아시아 농업의 원형
흙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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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2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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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유기농업은 동아시아 농업의 원형
-이제는 동아시아적 생태유기농업의 전통 회복에 나설 때가 되었다.
100전 미국인이 본 한국의 유기농업
“동아시아에서 땅은 먹을거리와 연료, 옷감을 생산하는데 남김없이 쓰인다.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은 사람과 가축의 입으로 들어간다. 먹거나 입을 수 없는 모든 것은 연료로 쓰인다. 사람의 몸과 연료, 옷감에서 나온 배설물과 쓰레기는 모두 땅으로 되돌아간다.”
약 100년 전인 1909년 미국 농업부 토양관리국장을 지낸 프랭클린 하림 킹 박사는 한국을 비롯한 중국과 일본의 농업을 시찰하고 쓴 그의 책 “4천년의 농부-중국, 한국. 일본의 유기농업(Farmers of Forty Centuries: Organic Farming in China, Korea, and Japan)”에서 한중일 3국의 농민들이 유기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현장을 그렇게 적었다. 킹 박사는 동아시아 3국이 높은 인구밀도에도 불구하고 수천 년 동안 좁은 땅에서 삶을 지속시켜올 수 있었던 것은 땅을 황폐화시키지 않고 기름지게 관리해온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이들 국가가 농업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생산계층이 삶의 모든 부문에서 실천해온 모범적인 생활태도 때문일 것이다”라고 평가하고 한중일 3국에 보편화되어 있는 유기농법에 감탄하며 이를 모범적으로 실천해온 3국의 농민들에게 존경을 표했다. 수 천년동안 가축분 뿐만 아니라 인분까지도 모두 모아 거름으로 사용하면서 땅을 기름지게 유지관리 하고 있는 생활화된 유기농업 현장을 직접 목격한 킹 박사의 눈에 한중일 3국의 유기농업은 놀라움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어원과 고서에서 찾는 동양의 유기농업
한중일 3국은 역사적으로 농업, 농촌, 농민, 농정...등을 모두 아우르는 말로 “농(農)” 자를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원래 “수풀 림(林) + 진(辰)”의 합성어로 야생의 풀(곡식, 경작지)을 조가비(조개껍질, 농기구)로 베는 모양을 본 뜬 글자로 곡식을 수확하고 땅을 일구어 농사를 짓는다는 뜻을 나타낸다고 한다. 어떻게 “림(林)”을 “곡(曲)”자로 적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곡” 자는 소리, 노래의 뜻을 가지고 있고, “진”자도 “해와 달과 별을 총칭하거나 때와 방위를 나타내는 12지를 나타내는 신”이란 또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보면 “농”자는 단순히 농사를 짓는다는 뜻을 넘어서 “자연(일월성신)의 소리”를 들으면서 때를 따라 짓는다는 뜻으로 오늘 날 말하는 자연농업의 첫 번째 원리를 말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축산이나 가축을 나타내는 “축(畜)”자도 파자하면 “검을 현(玄) + 밭 전(田)”으로 나뉜다. 원래 축자는 “쌓다, 모으다”의 뜻을 가지고 있어 밭을 열심히 가꾸어 많은 수확을 얻고 비축해 두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수확을 얻기 위해서는 밭을 검게, 기름지게 관리해야하고, 그렇게 하는 데는 가축의 분뇨가 최상의 거름이었음을 알고 거름을 얻기 위해 가축을 길렀다. 오늘 날 우리가 회복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자연순환농법의 실천을 말하고 있다.
“농경의 본은 제 때를 맞추고, 흙을 갈아 고르게 뒤섞어 부드럽게 하고, 흙에 거름(똥 분 糞)을 주어 기름지게 하는데 힘쓰는 것이다 (凡耕之本, 在於趣時, 和土, 務糞澤)”라고 기원전 1세기경 범승지(氾勝之)는 그가 편찬한 인류최초의 농서인 “범승지서(氾勝之書)”에 적고 있는 것을 보면 동아시아 농민들은 이미 기원전부터 유기농업의 원리를 터득하고 실천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농의 정신과 방법은 다시 6세기경에 편찬된 중국 최고의 농서인 “제민요술(齊民要術)”를 통해 후대에 전해졌고 유기농법은 동아시아 농업의 원류가 되었다. 유기농업은 동아시아 농업의 정신이 되었고 생활철학이 되었고 생활양식이 되었다.
생태적 유기농업 전통 회복 필요
사실 196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농업은 유기농법을 기초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급격한 도시화-공업화로 농업/농촌인구의 대량적 이촌이 일어나는 것과 함께 주곡자급이 강조되면서 무기비료의 생산과 보급이 본격화되자 전통적인 유기농법은 순식간에 무기농법으로 대체되면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더군다나 무기이론에 바탕을 둔 근대농학교육의 영향으로 유기적 농학사상과 농법은 전근대적이고 비과학적인 농법으로 치부되면서 사라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4000년 동안 실천해온 유기농업의 전통이 불과 40년 만에 역사 속에 묻혀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잊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40여년이 지난 지금 현대의 무기농업이 문제가 되자 우리는 자연농업과 생태유기농업을 새로운 농학사상으로, 철학으로, 농법으로, 정책으로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유럽으로 바쁘게 다니고 있다. 1924년 독일의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가 제창한 “바이오다이나믹 농업(Biodynamic Agriculture)”이 자연농업 또는 생명역동농법 등의 이름으로 발전하여 유럽 유기농업의 중심이 되었다. 특히 현대의 무기적 화학농업에 대한 사회적 성찰이 시작된 1962년 “침묵의 봄”이후 유기농업, 생태농업이 새롭게 조명을 받기 시작하였고, 무기농업에 대한 대안농업으로 빠르게 확산되었으며 1972년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의 창설을 가져왔다.
이러한 유럽의 자연유기농업의 움직임이 일본의 애농회 등을 거쳐 1976년 정농회를 통해 처음 우리나라에도 새로운 농법으로 소개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유자연농업의 원리들은 이미 2000여년 전부터 동아시아의 농법으로 정리되고 실천되어왔던 것들이다. 그동안 이러한 사실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헤매며 떠들어온 시간이 부끄럽기도 하다. 뒤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범승지서나 제민요술, “농상집요(農桑輯要, 1273)”는 물론 우리나라의 전통농서인 “농사직설(農事直說, 1429)”이나 “농가집성(農家集成, 1655)” 등에 기록된 우리 선조들이 발전시켜온 생태적 유기농업의 정신과 농법을 현대적으로 계승발전 발전시키기 위한 복원작업에 착수하여 그동안 단절된 동아시아 유기농업의 원류를 오늘에 회복시키는 일을 시작했으면 한다. 마침 2011년 세계유기농대회를 앞두고 있어 동아시아의 생태적 유기농업의 농학사상과 방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서둘렀으면 한다.
<글:최양부(흙살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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