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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한국농업, 어디로 갈 것인가
흙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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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2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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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한국농업, 어디로 갈 것인가
이태근(환경농업단체연합회 회장, 흙살림 회장)
2007년 한해 동안 한국농업의 앞날은 그 어느 때보다 순탄치 않을 것이다. 한미FTA 협상타결이라는 노무현 정부의 목표와 이를 반대하기 위한 농민단체의 움직임이 여전히 맞서 있다. 이미 참여정부는 대통령 연두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한미FTA체결을 위하여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고 특히 119조를 앞세우며 농민들을 위한 모든 대책이 서있으니 농민들은 반대만 외치지 말고 정부를 도와달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미FTA 최종타결을 반대하기 위한 농민, 농업계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민단체들은 협상중단을 요구하며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농민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갈등이 극심해질 것이다. 따라서 2007년 우리 농업은 기존질서가 크게 흔들릴 것이 분명하다.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식량의 위기가 올해는 우리에게 더욱더 현실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올 초부터 시작된 사료가격의 폭등은 우리 축산계의 위기를 몰고 올 것이고 우리 국민들에게 새로운 근심거리로 나타날 것이다. 에너지 위기 다음으로 식량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상은 이제 현실적인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지구온난화 문제가 이제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로 등장할 것이다. 호주의 가뭄으로 쌀 생산이 대폭 줄어들었고 미국 캘리포니아지역 한파로 생산량이 대폭 감소하고 있는 현상은 식량자급률 25%인 우리 국민에게는 매우 위협적인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특히 인접한 중국이 식량 부족국가가 되고 있는 현실은 우리의 미래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또한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석유가격의 폭등으로 많은 농산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정책 또한 세계의 식량위기를 앞당기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2007년 우리 농업은 더욱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 흐름은 삼성 등 대기업과 농협이 중심이 되어 1사1촌 자매결연 등으로 대표되는 농촌사랑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질 것이다. 일부 농민 단체나 농민들의 호응이 있기는 하지만 워낙 불신이 쌓여온 것을 쉽게 극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상황에서도 보아왔듯이 농민이 중심이 되지 않은 외부의 변화로는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빈강정이 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든 예측하고 있는 일이다. 겉은 농민들을 위한다지만 속은 모두 농민들을 이용해 먹고자 하는 세력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곳곳에서 농민보조사업을 따먹기 위해 쟁탈전이 일어날 것이고 결국 외국의 기계, 자재회사에게만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두 번째 흐름은 친환경유기농업을 우리 농업의 희망으로 키우자는 그룹이다. 2007년은 친환경농업육성법을 새로 바꾸어 시행되는 해이기도 하다. 올해는 유기농산물의 생산 과잉으로 가격하락이 예상된다. 특히, 유기농산물은 시장진입이 쉬워져 상당량의 유기농산물이 과잉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장형 축분 허용과 인증기관 과잉으로 수입유기농산물 인증과 국내유기농산물 인증이 쉬워져 많은 양의 유기농산물이 생산, 수입되리라 예상된다. 유기농산물 시장은 공급과잉으로 인해 맛과 질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것이다. 특히 안전성 문제는 농약부분만이 아니라 질산염, 중금속, 식중독균 문제로 옮아갈 것이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은 전체 시장에서 친환경유기농 시장을 확대할 것이다. 특히 학교급식과 단체급식 시장의 비중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생각되며, 생협, 한살림 등 직거래 시장보다는 이마트 등 일반 시장의 매출이 높아질 것이다. 정부지원이 친환경농업 중심으로 바뀌면서 기존 관행농업 농가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조직화된 생산자와 소비자들의 농업살리기 운동은 점차 진일보할 것으로 보인다. 의식화된 소비자들의 조직적인 운동이 도시중심으로 나타나고 농민들 또한 여러 지역에서 새로운 농업농민 운동이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2007년이 지나면 우리 농업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미리 점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밭으로 들로 나가는 농민들은 어김없이 있을 것이다. 땅에 머리를 박고 변함없이 밭을 가는 농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한, 도시 속에 흙과 물과 공기를 살리려는 소비자들이 있는 한, 우리 농업은 이 땅에 언제까지나 존재할 것이다. 모든 산업의 중심이 농업이고 모든 사람들 가슴 속 중심자리에 농촌, 농업, 농민들의 존재가 새겨지는 날, 그런 날이 곧 올 것이다. 먹을거리를 먹어야 삶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진리를 터득한 사람이라면 농업의 위대함을 알 것이다.
2007년 3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