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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령의 지혜-6월, 논일은 천지인의 생명 나눔이다
흙살림 조회수 650회 18-07-0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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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살림 -월령의 지혜를 배운다

6월, 논일은 천지인(天地人)의 생명 나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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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찔레꽃이 지고 아카시아 피는 6월에는 절기 망종과 하지가 들어 있습니다. 낮이 길고 일사량도 많을 때이니 논밭이 비어 있으면 안 됩니다. 다시 말해 농사일이 정점을 찍는 것입니다. 전국적으로 망종을 전후해 논에 모가 들어갑니다. 홍해리 시인은 오래된 이 무렵의 풍경을, “고향집 텃논에 개구리 떼 그득하것다/ 울음소리 하늘까지 물기둥 솟구치것다/ 종달새 둥지마다 보리 익어 향긋하것다/ 들녘의 농부들도 눈코 뜰 새 없것다/ 저녁이면 은은한 등불 빛이 정답것다/ 서로들 곤비를 등에 지고 잠이 들것다”(「망종」 전문) 노래합니다. 정말 바쁠 때입니다. 농사일이 기계화된 지금은 또 다른 이유로 마찬가지입니다. “아따 이 사람, 자네 요새/ 논에서 묵고 논에서 잔께/ 자네 각시 그곳에 곰팡이 슬어불겄네/ 짓궂은 어른들 놀려대어도// 마을의 유일한 청춘 정수곤이는/ 아낙네 노인네만 남은 이 집 저 집서/ 부르면 부르는 대로 득달같이 달려가/ 콤바인으로 보리 베고/ 트랙터로 논 갈고/ 이앙기로 모 심을라/ 담배 한대참도 아깝기만”(고재종 「정수곤」에서)할 때입니다.

흙살림토종농장도 이 무렵에 벼종자 보존과 교육을 위해 손모내기를 합니다. 3년 전부터 저도 모판과 논 만들기 그리고 손모내기를 했습니다. 손모내기는 흙을 향해 허리를 굽히는 동작입니다. 그래서 농부는 “흙을 향해 허리 굽히는 게 모든 일의 시작”(함민복 「논 속의 산 그림자」에서)이라고 합니다. 상징적으로 보면, 생명을 짓는 농사일은 천지간의 생명적 관계를 때에 맞게 고마움 마음으로 잇는 행위입니다. 특히 모내기 과정이 서로의 손을 보태고 노동을 나누는 공동체적 협업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일 못하는 저를 위해 손이 잰 윤성희 흙살림이사가 고생했던 일을 떠올리면 ‘사람 사는 세상은 이러해야만 하는구나’ 입가에 웃음이 스칩니다. 그런 공동체적 생명 나눔을 다음처럼 기록합니다.

 

모내기를 하며

                                               - 오철수

 

함께 간다는 것은

혼자일 때는 없던

하나의 리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옆 사람과 비슷하게 허리를 구부리고

나처럼 일 못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당황하지 않게 조금씩 덜어주며

하나의 리듬을 만드는 것이다

제 몫의 일은 늘 하나의 리듬 속에서

저마다 다르게 생겨나는 것이어서

잘하는 사람은 조금 더 하고

못하는 사람은 조금 덜 하며

하나의 리듬이고자 하는 것이다

목적을 공유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그 리듬에 몸을 싣고 나누는 것

빠른 손도 오래전 그 리듬에서 만들어졌고

더 견디는 몸도 그 리듬에서 만들어졌으며

막걸리와 웃음을 나누는 풍습도

그 리듬에서만 자랐다

모내기 끝낸 논의 신성한 느낌도

함께 했던 하나의 리듬에서다

 

 

                     - 오철수(시인. 문학평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