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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0일 충북 괴산에 위치한 흙살림 농장에서는 충북친환경농업 시농제가 열렸다. 도내 각 지역의 물과 흙을 모으는 행사를 통해 올 한 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했다. 이 자리에서 이시재 (사)흙과 도시 대표는 유기농업의 토대라 할 수 있는 토종씨앗의 보존에 대한 강연을 펼쳤다. 흙살림 신문은 이 강연을 요약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평창 올림픽에서 컬링만큼 인기가 있었던 종목이 있었던가? 특히 한·일전에서는 텔레비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한·일간의 경쟁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국 선수들이 영리하게 잘 싸워서 우리를 즐겁게 해 준 것은 두말 할 것도 없다. 한국선수들의 전략은 공격적이었고, 이것이 잘 적중하여 일본을 이길 수가 있었다.
컬링선수들은 경기 도중 하프타임의 휴식시간을 갖게 되는데, 이때 각 팀의 선수들은 감독과 회의를 하면서 간식을 먹는다. 일본팀이 한국의 딸기를 먹고 “한국산 딸기가 그렇게 맛있는지 깜짝 놀랐다. 내가 가장 좋아한 간식이었다”고 밝혀 일본에서는 일파만파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일본의 농림수산성 장관은 “일본의 농림수산성 장관으로서는 여자 컬링선수들에게 일본의 맛있는 딸기를 먹이고 싶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딸기는 이전에 일본에서 유출된 품종을 기초로 한국에서 교배된 것이 그 중심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며 기자회견장에서 말하였다.
사실 한·일간에는 10년간의 딸기 전쟁이 있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열릴 때는 한국에서 생산되는 딸기의 90% 이상은 일본 도입종이었다. 국내품종은 1%에도 미달, 일본의 아키히메, 레드펄이라는 품종이 90년대 중반부터 일본에서 도입되었다. 맛도 좋고 육질도 단단하여 오래 보관할 수 있었다. 일본 정부는 육종가들을 보호하기 위해 변호인단까지 지원하면서 한국정부를 압박하였다. 일본은 한국에서 딸기품종을 만들 능력이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 그들은 ‘한국에서 딸기 품종을 만들 능력이 있냐’고 주장하며, 한국의 실험자료, 유전자 정보 등을 요구해 왔다. 논산딸기시험장에서 2005년에 한국 최초로 설향의 육종이 성공하였다. 육종시험 10년 만의 일이었다. 시험담당자들은 하루 1,000개 이상 딸기를 시식해야 했다고 한다. 2005년에는 일본 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86%이었으나 이 비중은 2009년에는 42%로 줄어들었고, 2013년에는 21%, 그리고 현재는 6~7%만이 일본 종자이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93%의 종자는 설향, 매향, 죽향 등 국산 딸기이다. 일본 농림수성장관의 주장은 이러한 연유에서 나왔다.
일본의 아키히메는 당도도 높고 맛도 있지만, 한국의 설향과는 맛이 다르다. 설향은 단맛과 함께 신맛이 약간 포함되어 있어서 새콤달콤한 맛이 강하다. 또한 한국의 겨울 딸기는 결실기간이 길기 때문에 당도도 일반적으로 매우 높다. 일본의 컬링 선수가 한국의 딸기 맛에 놀랐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 한국은 매년 400~500억원 어치의 딸기를 홍콩, 싱가포르, 태국 등에 팔고 있으며, 한국의 신품종 설향은 중국이 가져가 딸기를 생산하고 있다.
딸기의 종자에 대한 일본의 집착을 통해서 우리가 다시 우리 종자환경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는 1997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종자 주권을 대부분 상실하였다. 우리나라 채소 종자의 78%를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수박, 호박, 고추, 파, 당근 등은 90% 이상 외국의 씨앗을 사용하고 있다. 배추만 종자자급율이 40% 정도라고 한다. 그 상당부분이 일본(48.7%), 중국(24.5%)이다. 1997년 금융위기가 닥치자, 청원종묘는 일본의 사카다에 팔려갔고, 서울종묘는 스위스의 노바티스, 홍농종묘와 중앙종묘는 미국의 세미니스사에서 인수하였다. 그후 한국세미니스는 2008년 세계 제 1의 종자회사 몬산토에 팔렸다.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의 종묘회사가 종자시장의 77%를 점유하였으나, 지금은 그 대부분이 다국적 기업으로 넘어가 종자공급의 주권을 잃은 상태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몬산토는 전세계의 유전자 조작 품종의 90% 이상을 생산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파프리카, 청양고추, 시금치, 토마토 등 70여 가지의 품종의 종자 판매권을 몬산토 코리아가 갖고 있다. 지금 세계는 종자전쟁이 진행 중이고, 미국의 몬산토, 듀퐁, 스위스의 신젠타가 세계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몬산토는 유전자조작에 의한 종자개발에 가장 선두에 서고 있고, 전 세계의 농작물이 유전자 조작의 피해에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누가 이런 종자주권을 지키고 우리의 건강을 유전자 조작식품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작년 가을 제가 속하는 6월 민주포럼에서 타이완을 다녀왔다. 타이완의 시민운동단체들은 학교급식에서 GMO식품을 금지시키는 운동을 전개하여, 2015년에는 전국의 모든 학교급식에서 GMO식품을 사용할 수 없도록 법이 제정되었다는 것이다. 시민의 힘으로 GMO를 몰아낸 사건이다.
여기 흙살림에는 토종연구소가 있다. 이태근 회장님을 비롯하여 전 직원들이 힘들게 토종씨앗을 수집하고 보관하고 있으며 이를 재배하여 채종을 하고 있다. 참으로 중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설에도 흙살림에서 토종콩, 쌀, 보리쌀을 보내왔다. 이 선물을 볼 때 참으로 눈물겨운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이렇게 연구소에서 토종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가? 정부나 공공기관의 종자관련 사업은 토종에 관심이 많지 않다. 토종보다는 생산성이 높은 품종, 대학에서는 몬산토 등의 종자회사의 지원을 받아 GMO연구가 한창이라고 한다.
우리가 흙살림으로부터 받은 토종곡식을 어떻게 먹어야 좋을지 고민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를 이용한 식품, 보다 스마트한 식품을 개발하고 이를 보급하는 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토종을 지킬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GMO를 몰아내지 않으면 토종을 지킬 수 없다. 토종을 어떻게 살리고 확대시켜나갈 것인가? 토종 곡식을 생산→가공→제품화→소비의 경로를 뒤집어 소비부터 먼저 일으키는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며, 그렇게 수요가 만들어지면 생산, 가공도 일어나지 않을까? 토종씨앗 보존을 위해서는 소비의 단계부터 연구하고 상품화를 연구하여야 한다.
글 이시재 (사)흙과 도시 대표(전 환경운동연합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