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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유럽 친환경농업 벤치마킹
- 독일ㆍ오스트리아-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6일까지 7박9일의 일정으로 2016 농업인 국외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이번 국외 연수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유럽 친환경농업 벤치마킹’이라는 주제 하에 농업 선진국으로 유명한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친환경농업 현황을 살펴보고 실제 농가들을 탐방하는 일정으로 이뤄졌다. 이번 연재를 통해 선진국의 농업정책 및 다양한 사례와 국내 친환경농업의 상황을 비교하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보는 기회를 가지고자 한다.
연재순서 ① 독일의 농업정책: 경관과 문화를 보존하는 농업의 가치를 인정하다.
② 농업과 원예의 모든 것: 바덴주립 원예연구소
③ 부가가치를 높이는 농가가공품 성공사례1: 피르흐너호프 제빵농가ㆍ빌더케제 치즈공방
④ 부가가치를 높이는 농가가공품 성공사례2: 카이젠호프 육우농가ㆍ스튜빙어 포도주농가
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살펜텐 농민직판장ㆍ슈베비쉬할 농민조합
⑥ 도전하면 성공하리라: 니더탄너 과수농가
⑦ 일상과 함께 하는 농업과 원예: 칼스루에 클라인가르텐

요즘 가정에서 직접 텃밭을 가꾸거나 화분을 이용해 작물을 가꿔 먹는 도시농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도시농업은 단순히 작물을 키워 수확물을 얻는 것에만 그 목적이 있지 않다. 작물을 손수 키우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노동의 가치와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더 나아가 농민의 수고를 몸소 체험함으로써 도시와 농촌간의 이해를 높여주기도 한다. 도시농업은 이 외에도 사회적, 교육적, 생태적 역할을 통해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도시농업의 발상지라고도 할 수 곳이 바로 독일의 클라인가르텐(소정원)이다.
클라인가르텐은 약 150년 전 독일의 의사 슈레버 박사에 의해 만들어졌다. 당시 산업혁명으로 많은 인구가 한꺼번에 도시로 몰리면서 각종 질병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을 위해 슈레버 박사는 환자들에게 맑은 공기와 햇빛을 충분히 쐬고 신선한 채소를 섭취할 것을 권장하였다. 그러나 모든 도시민들이 작물을 가꿀만한 정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에서는 일정 규격의 땅을 시민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빌려주게 되었고 이 곳 에서 시민들은 각자의 클라인가르텐을 가꾸기 시작했다.

클라인가르텐은 현재 독일 전역에 약 150만 개가 있다. 연방건축법에 따라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클라인가르텐을 조성해야 한다. 독일의 클라인가르텐은 정원이 없는 도시민들을 위한 휴양공간이자 사회적 지위고하, 남녀노소를 막론하는 노동과 화합의 장으로서 역할을 한다. 또한 도시의 허파 및 각종 동식물의 보고가 된다. 클라인가르텐은 시 소유지만 운영에 관한 모든 사항은 클라인가르텐 협회에 위임한다. 한 가구에 배정되는 클라인가르텐은 총 100평으로 월 30유로, 우리 돈으로 4~5만 원 정도의 협회비를 매월 지불하면 평생 임대가 가능하다.
클라인가르텐은 시민의 휴양공간으로써 시에서 제공을 받지만 시 소유의 공적인 정원과 같은 개념이므로 시민들은 이를 잘 가꾸어야 할 의무가 있다. 임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용만 잘 지불해서는 안 된다. 협회에서 정한 다양한 규정과 운영방식을 따라야 한다. 총 100평의 부지 중 1/3은 휴양 공간, 1/3은 채소나 과일 재배, 1/3은 놀이공간으로 구성해야 하며 간단한 취사가 가능한 실내 공간은 16㎡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이 규정만 준수하면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꾸미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이다. 물론 이에 들어가는 비용도 개인 부담이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녹비작물을 키워야 하는 등 유기농으로 재배를 해야 하며 빗물의 저장을 위해 토지를 포장해서는 안 된다. 실내 공간에서의 숙박 및 생산물의 판매도 불가능하다. 클라인가르텐의 모든 공간은 개방적이어야 하며 낮은 울타리를 쳐서 아이들의 안전을 도모하는 동시에 각각의 정원에는 반드시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이 있어야 한다.
시에서 분양하는 클라인가르텐의 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분양을 위한 경쟁률 또한 상당하다. 때문에 각종 규정들을 어기거나 관리를 소홀하게 하는 경우에는 더 이상 임대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클라인가르텐 분양은 아이들이 있는 가정과 외국인 가정에 우선권이 있다. 다문화 및 교육 정책의 일환이다. 개인이 임대받은 부지에 대한 매매는 협회차원에서 정한 매매가를 기준으로만 가능하며 한 번 분양받은 땅은 후손에게 임대권 세습이 가능하다.

우리가 방문한 칼스루에 시에는 시내에만 7,800여 개의 클라인가르텐이 조성되어 있다. 칼스루에 클라인가르텐 협회의 알프레드 루틴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향후 9,000개 까지 더 조성할 계획이다. 칼스루에 클라인가르텐에서는 자체적으로 양봉을 하며 벌을 이용해 수정을 한다. 다양한 식물을 심고 친환경 재배를 한 덕분에 자연 상태에서는 볼 수 없던 동식물이 클라인가르텐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동식물의 품종 수만 약 500여 종 가까이 된다. 개량종 외에 예로부터 이어져 오는 토종 품종들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4년에 한 번 씩 시, 도, 전국 단위 최고의 클라인가르텐을 선정하는 대회에서 칼스루에는 총 11번의 금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실제로 각각의 정원들이 모두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면서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 천 개가 넘는 서로 다른 정원들이 한 데 모여 있는 모습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작품이자 멋진 도시 공원이었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클라인가르텐을 통해 작물을 키우고 거두는 노동의 가치를 깨닫고 농민과 농촌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는 도시민들의 태도이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즐거운 경험으로써 농업을 체험하게 하여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농업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는 점. 바로 이런 문화가 농업 강국 독일을 만드는 근간이 되지 않았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