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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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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을 위한 오스트리아 직판장
흙살림 조회수 1,035회 17-03-0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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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농업탐방기 연재⑤>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유럽 친환경농업 벤치마킹

- 독일ㆍ오스트리아-


연재순서 ① 독일의 농업정책: 경관과 문화를 보존하는 농업의 가치를 인정하다.

② 농업과 원예의 모든 것: 바덴주립 원예연구소

③ 부가가치를 높이는 농가가공품 성공사례1: 피르흐너호프 제빵농가ㆍ빌더케제 치즈공방

④ 부가가치를 높이는 농가가공품 성공사례2: 카이젠호프 육우농가ㆍ스튜빙어 포도주농가

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살펜텐 농민직판장ㆍ슈베비쉬할 농민조합

⑥ 도전하면 성공하리라: 니더탄하이머 과수농가

⑦ 일상과 함께 하는 농업과 원예: 칼스루에 클라인가르텐

 

■ 성공한 농사의 조건은 ‘잘 파는 것’

성공한 농사의 조건이란 무엇일까. 농사를 잘 지어 품질 좋은 농산물을 많이 수확하는 것. 가장 먼저 나오는 대답일 것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 있다. 바로 풍성하게 거둬들인 수확물을 잘 파는 것. 농산물과 농가가공품의 가치를 인정하고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는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팔려야 비로소 성공한 농사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직거래가 활발하고 지역농산물에 대한 신뢰와 선호도가 높은 유럽에서는 농산물의 판로 걱정이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EU 농업정책 변화의 흐름 속에 농민과 농업 또한 시장경제의 파도에 휩쓸리면서 연합 국가 간의 경쟁도 불가피해졌다. 그 결과 규모가 크고 경쟁력이 있는 농업 분야가 아니면 인근 국가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구조가 되었다. 소규모 가족농을 중심으로 한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농업도 마찬가지이다. 고작 소 열 두어 마리를 키우는 알프스 산악지대의 소농들이 네델란드의 대규모 낙농농가와 과연 경쟁이 될까. 이 질문에 너무도 당연하지만 누구나 하기는 힘든 대답을 내 놓는 곳들이 있다. ‘혼자서 맞서기 힘들다면 주위의 동료와 힘을 모아라.’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우리네 속담이 이토록 어울리는 곳을 머나 먼 유럽의 시골에서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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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농민의 편이 되어주는 곳 ‘살펜텐 농민직판장’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가 된다. 생산자가 제대로 된 생산의 대가를 받지 못하면 소비 또한 이뤄질 수 없다. 이는 곧 경제 순환의 단절을 야기하고 쉽게 말해 돈이 돌지 않아 너도 나도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오스트리아의 유명 관광지 레오강 인근의 작은 마을 살펜텐에서는 이런 위기를 막기 위해 지역의 상공인들이 힘을 모았다. 이 지역 주요 소비자인 농민들의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지역 상공인들이 직판장을 만든 것이다. 벌써 지역의 유명 상점이 된 이 농민직판장은 30여 농가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 농가들은 모두 생산 규모가 작은 농가들이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상품들은 농산물을 비롯하여 육가공품, 유제품 등의 가공품과 수공예품으로 전부 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것들이다. 이러한 생산품을 대형 마켓에 판매하면 유통수수료가 40~50%에 이르지만 직판장에서는 운영을 위해 필요한 18% 정도의 수수료만 지불하면 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직거래라고 해서 제품들의 판매가가 일반 마켓보다 더 저렴하진 않다는 사실이다. 대부분 유기농으로 당일 생산한 신선한 제품을 팔기 때문에 가격은 비싸지만 좋은 품질로 지역 슈퍼마켓이나 베이커리보다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물론 주요 고객인 지역 주민들도 여기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며 직판장을 이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관광지 인근이라는 특성 상 무분별한 외부 자본이 유입되어 지역의 원주민들이 오히려 배려 받지 못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살펜텐에는 적어도 그런 ‘그들만의 세상’은 없다. 농민은 아름다운 경관을 만드는 역할로 관광객을 모으고 관광객들의 소비로 먹고 사는 지역의 상공인들은 농민이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협력한다. 이 아름다운 협력이 지속 되는 한 살펜텐의 농민에게 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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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민이 지역을 살리다. ‘슈베비쉬할 생산자조합’

지역이 힘을 모아 농민을 돕는 살펜텐과 반대로 농민조합이 지역을 살려 낸 경우도 있다. 독일의 유명농업전문학교가 있는 호엔로에 지역의 작은 도시 슈베비쉬할. 이 곳에는 ‘슈베비쉬 할리스’라는 품종의 토종 돼지가 있다. 이 돼지는 오직 이 지역에만 있는 토종 품종으로 특유의 생김새와 맛으로 유명하다. 한 때 토종 품종 홀대로 사라질 뻔 한 위기를 겪었지만 조합의 창시자 ‘루돌프 뷔러’와 함께 한 여덟 농가의 노력으로 지역의 명물이 되었다. 처음에는 품종의 복원과 활성화를 위해 돼지 사육 농가만 조합에 참여했지만 점점 다양한 작목의 농가가 참여하면서 현재 1,450명의 조합원을 가진 대규모 생산자 조합이 되었다. 이 조합의 목표는 지역이 가진 특징을 최대한 활용하여 지역농민의 소득향상에 기여하는 것으로 지역토종품종돼지와 밭농사에 적합한 환경을 내세우고 있다. 현재도 참여 농가는 증가하고 있으며 조합에 납품하면 일반 시장보다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회원 농가에게 납품받은 생산물은 호엔로에 농민시장이라는 직판장에서 판매한다. 이 직판장은 판매장을 비롯, 로컬푸드 레스토랑과 허브가든, 베이커리, 지역 여행사, 약국, 유아놀이터, 태양광발전소 등의 복합시설로 구성되어 마을의 사랑방 역할도 한다. 또한 조합에서 키운 돼지를 가공하기 위해 도축장 및 가공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농민의 기술 지도를 위한 조직도 별도로 운영한다. 조합을 통해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직판장 외에 독일 남부의 350여 개 유기농 전문매장에 공급할 정도로 유통 규모도 상당하다. 그야말로 지역이라는 폐쇄된 공간 안에서 모든 순환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지역에서 생산 된 농산물이 지역의 호텔과 레스토랑, 기업체에 공급되고 지역민들이 이 곳 들을 이용하면서 경제가 순환된다. 시작은 지역의 돼지를 살리기 위한 작은 모임이었으나 결국 지역 전체를 돌아가게 하는 거대한 발전차가 되었다.

 

■ 잘 팔기 위한 협력

농사의 성공은 많은 수확은 거두는 것만이 아닌 그 결과물을 잘 파는 것에서 판가름 난다. 수확까지가 농민의 영역이라면 판매에는 시장과 소비자, 정책의 힘이 함께 더해진다. 이에 대응하기에는 개별 농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시장의 규모에 걸 맞는 대응을 위해서는 농가 간의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 여기까지가 보통의 농민조합이 생겨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이것만으로 농사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까. 물론 농민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더 필요한 것이 있다면 농민을 포함한 지역 구성원들의 협력이다.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살펜텐과 독일의 슈베비쉬할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인 농민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해야 지역 경제 또한 제대로 순환될 수 있다. 농사의 성공은 농민만이 수혜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는 질 좋은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고 농민 또한 지역 사회의 소비자가 되어 지역 경제를 순환시킨다. 또한 농민조합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역민들이 여기에 참여할 수 있다. 성공한 농사는 곧 마을을 성공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결국 잘 팔기 위한 협력은 농민과 소비자,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