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보기 기부금내역
농업동향

페이지 정보

대한, 겨울도 흘러간다는 낙관적인 생각으로!
흙살림 조회수 604회 17-01-20 12:07

본문

대한(大寒), 겨울도 흘러간다는 낙관적인 생각으로!

 

 

크???-?젘?.jpg
 

대한(大寒)은 24절기 중 마지막 절기로 1월 20일입니다. 가장 춥다는 의미에서 대한이지만 ‘소한의 얼음 대한에 녹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그 극으로 가면 내부로부터 전회가 일어날 수밖에 없나봅니다. 그래서 강추위 속에서 강추위가 누그러지고 생에 어떤 여유가 생기는 때입니다.

다음 시를 읽겠습니다.

대한(大寒) 지나

-허형만

 

겨울비 오시어 시멘트 바닥을 그리도 모질게 붙잡고 놓지 않던 얼음덩이가 서서히 녹아 흐르는 거 본다 주말이면 한 차례 더 한파가 몰려들 거라는 예보가 있긴 하지만 한결 누그러진 바람이 삼삼오오 지나가는 소리를 골목이 귀를 열어 듣고 있는 사이, 나는 마당가에서 한 생을 내려놓고 쉬고 있는 늙은 감나무를 본다 늙은 감나무 몸뚱이에서 저승꽃처럼 덕지덕지 얼어붙어 있던 시간들이 한 꺼풀씩 제 몸을 푸는 걸 본다 대한(大寒) 지나 겨울비 오시어

 

대한 지나 겨울비가 내립니다. 눈이 되어야할 것이 비가 되어 내려 “시멘트 바닥을 그리도 모질게 붙잡고 놓지 않던 얼음덩이”를 풉니다. 겨울도 다치지 않게 시멘트 바닥도 다치지 않게 풉니다. 겨울 내부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한두 차례 한파가 더 오겠지만 대세는 기울었습니다. 이 세상을 향하여 열려진 골목이 나팔귀를 열어 “한결 누그러진 바람” 소리를 듣고, 그 골목 안쪽에 있는 감나무가 그 소릴 듣고 “한 꺼풀씩 제 몸을“ 풉니다. 이렇게 겨울 내부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얼게 하는 겨울이 녹는 겨울로 상태 변화를 한 것이라면, 생명체도 그 변화에 맞게 자기를 조율해야 합니다.

참으로 자연의 걸음은 믿음직스럽고 정교합니다. 그 극으로 간 것은 돌아오고, 찬 것은 비워지고 바닥까지 비운 것은 차오릅니다. 그것이 자연의 무심한, 사심 없는 행정(行程)입니다. 인간은 예로부터 그런 돌아감의 반복 순환하는 행정을 보며 존재하는 것들에 집착하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연의 반복 순환하는 리듬에 삶을 실을 때 가장 안전한 삶이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변하여도 반복 순환하는 리듬만은 영원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렇듯 오늘의 추위는 갈 것입니다. 아니, 무사히 갈 수 있도록 철저하게 자기를 비우면서 희망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겨울 혹한에 있더라도 우리는 반복 순환하는 자연의 걸음을 믿으며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그 끝에 지나간 봄이 새롭게 온다는 낙관적 사상으로!

“언 강을 내다보며 너를 기다린다/ 지난가을 첫서리 내릴 때쯤 떠난 황새를 기다린다/ 마을 덕장에서는 황태들이 고드름처럼 몸을 부딪치며 울고/ 무섭게 춥고 긴 내설악의 겨울/ 나는 매일 얼어붙은 강을 내다보며 너를 기다린다/ 봄이 오면 오겠지/ 네가 오면 무슨 좋은 일이 있겠지” -이상국「언 강을 내다보며」전문

- 오철수(시인. 문학평론가. 흙살림농장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