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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농업탐방기 연재③>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유럽 친환경농업 벤치마킹
- 독일ㆍ오스트리아-
연재순서 ① 독일의 농업정책: 경관과 문화를 보존하는 농업의 가치를 인정하다.
② 농업과 원예의 모든 것: 바덴주립 원예연구소
③ 부가가치를 높이는 농가가공품 성공사례1: 피르흐너호프 제빵농가ㆍ빌더케제 치즈공방
④ 부가가치를 높이는 농가가공품 성공사례2: 카이젠호프 육우농가ㆍ스튜빙어 포도주농가
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살펜텐 농민직판장ㆍ슈베비쉬할 농민조합
⑥ 도전하면 성공하리라: 니더탄하이머 과수농가
⑦ 일상과 함께 하는 농업과 원예: 칼스루에 클라인가르텐
■ 가공품생산을 통한 저소득해결
농업은 인간의 생존과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1차 산업이다. 땅을 일구고 작물을 심어 가꾼 결과물을 그대로 판매하여 수익을 얻는다. 농업은 식량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인간 생존의 근간이 된다. 뿐만 아니라 타 산업의 원재료로 투입되면서 2차, 3차 산업의 근간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농업 생산물은 가격 구조의 최하위 단계에 위치해 있다. 게다가 높아져 가는 생활물가에 반비례하게 농업 생산물의 가격적인 가치가 점점 하락해간다. 그리고 이러한 모순은 농민의 삶에 그대로 반영된다. 그래서 독일 같은 선진국에서는 농업의 산업적인 측면 외에 문화와 경관을 보존한다는 면을 강조하여 정부차원의 지원정책을 펼치기도 한다. 이런 정책적인 방안 외에 일반적인 전업농가의 저소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사실 농민이 농사만으로 먹고사는데 불편함이 없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혹은 더 큰 이익을 추구하고 싶어 하는 경우라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이 생산한 생산물을 직접 가공하여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일 것이다. 독일 역시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농가들이 직접 가공품을 제조하여 판매하고 있다. 국가에서도 이를 적극 장려하며 농업회의소 등의 기관에서 제빵, 양조, 육가공, 유제품제조 등의 분야별 가공생산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농민은 가공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정기적으로 보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실제로 이렇게 가공품을 제조하여 판매하는 농가의 경우 판매 단위 당 수입이 기본 10배 이상 향상된다고 한다.

■ 제빵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
경관 좋고 물 좋은 오스트리아 티롤 지역에 위치한 피르흐너호프 농가는 유럽의 전형적인 가족농이다. 대대로 농사를 지어왔고 현재도 크라이들 부부와 젊은 아들이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농장의 주요 생산품은 직접 농사지은 밀로 만든 빵이다. 오스트리아 농가 평균 농지면적(20ha)에 못 미치는 작은 규모(6ha)의 농지지만 수확물을 직접 가공하여 판매하면 밀 원물 1kg 판매수입 100원에서 빵 1kg 당 1,500~2,000원으로 수입이 증대된다. 특히 이 농장의 경우 오스트리아 최고의 지역 특산품을 선정하는 ‘맛의 왕관※’ 인증을 받아 그 맛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판매량의 80%가 선주문으로 이루어지는 피르흐너호프 농장의 빵은 조금만 늦어도 구매가 힘들 정도로 지역주민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농가 입장에서는 조금 더 욕심을 부려 규모를 키울 법도 한데 농장주인 크라이들 씨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농장 운영의 가장 큰 원칙은 가족만으로 모든 노동력이 충족 될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절대 본인이 생산한 것 이상으로 빵을 만들지 않는다. 가격에 있어서도 지역 빵가게의 일반적인 빵과 동일한 가격을 책정하여 시장경쟁을 벌이지 않는다. 이런 원칙과 신념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요인이 되고 고정적인 구매로 이어진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

■ 협력과 상생의 치즈
피르흐너호프 농가와 같은 티롤지방에 위치한 빌더케제 치즈공방은 직접 낙농을 하는 농가는 아니지만 지역 농가와 협력하여 가공품을 만들어 파는 곳이다. 오스트리아 티롤주 고산지대 3만 여 ha의 초지에서 50여 농가가 12,000여 마리의 젖소를 기르며 우유를 생산한다. 120일 동안 산에서 방목된 소들은 50여 가지가 넘는 약초와 풀을 섭취하여 양질의 우유를 생산해낸다. 이를 치즈 마이스터(장인) 비다우어씨 내외가 구입하여 치즈를 만든다. 전 공정을 담당하는 치즈 마이스터 부부의 손에서 탄생한 치즈는 ‘하얀 순금’이라고 불릴 정도로 고품질을 자랑한다. 사료를 먹이지 않고 오직 목초만을 먹인 소에서 나온 우유를 사용하였기 때문으로 농가에서 원유를 구입할 때도 시중보다 비싼 가격으로 들여온다. 공방에서는 일일 1,200리터의 우유를 가져와 700여 덩어리(120kg)의 치즈를 생산한다. 1,200리터의 원유값은 80~90만 원 정도이지만 치즈로 만들어 팔면 350만 원 정도가 된다. 더불어 이 공방의 치즈가 품질을 인정받고 인기를 끌면서 가공현장을 직접 견학할 수 있는 홍보실과 식당을 함께 운영하여 부가가치를 더욱 높였다. 멋진 풍광의 산야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는 젖소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티롤 지역의 보존해야 할 문화 경관이다. 바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럽연합과 유네스코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한 부가가치가 된다. 무엇보다 농가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질 좋은 원료를 이용해 지역 특산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공방의 상생 사례는 아주 모범적인 벤치마킹 사례가 되고 있다.
※ ‘맛의 왕관’ 인증제도 (GenussKrone)
오스트리아 농업 프로젝트 협회(농업회의소, 오스트리아 농업시장 유통회사, 오스트리아 유기농협회, 농가에서의 휴가협회 등)가 주관하는 인증제도. 지역 특산 식품 중 전국 최고라는 표시이다. 2년마다 빵, 생선, 치즈, 과일, 생육가공품 등 5개 분야를 대상으로 각 주에서 최고로 선정 된 식품 중 최고의 제품을 선정해 ‘맛의 왕관’으로 인증한다. 전국의 모든 중소 규모 가족농 특산식품 가공 직판 생산자들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이 제도의 목표는 오스트리아산 최고의 식품을 인증하여 지역 농산물과 식품의 품질을 발전시키는 데 있다. 농가가공품의 창의성을 촉진하고 품질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책임과 동시에 소비자에게 식품의 품질과 원산지에 대한 인식을 높인다. 모든 제품은 오스트리아산 원료를 사용하여 지역 내에서 가공되어야 하며 지역특산물과 농가특산물로 품질보증이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