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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몇 차례에 걸쳐 동북태국 지역의 유기농업 실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태국은 1997년 경제위기를 계기로 푸미퐁 국왕에 의한 ‘자급자족경제(부족함을 아는 경제)’가 제창되어 왔으며 이러한 국왕의 영향으로 농촌에서는 ‘복합농업’이라는 형태의 전통적인 농업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동북태국 지역에서는 많은 주체들에 의한 유기농업 추진 사례가 엿보인다.
우선 국왕의 지원 아래 ‘로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유기농업 모델 농장을 만들어 경제위기 때문에 직장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들에게 재생의 기회를 주고 있다. 또 정부의 농업협동조합부가 중심이 되어 유기농업 기술의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그리고 농가 단위에서는 근대농업에 대한 반성으로 유기농업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유기농업 지원과 여기에 발맞추어 유기농업으로 전환하는 젊은 농가 그룹의 참가가 늘어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동북태국의 카라신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유기농업 실천 사례를 알아보도록 한다.

■ 대안 농업 네트워크 이산
대안 농업 네트워크(Alternative Agriculture Network/이하, AAN) 이산(Esan: 태국말로 동북태국이라는 의미)의 전신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단체에서 오랫동안 농민운동을 전개해 온 카요타(Bamrung Kayotha)씨는 동북태국에서 30년 전에 농업을 시작했다. 그 후 5년 뒤에는 순환농업을 실천하기 위해 양돈으로 전환하였다. 당시 태국정부는 소규모 농가에 대한 관심이 낮았으며 마침 자유무역의 흐름 가운데서 국내 농축산시장의 상황은 악화되고 있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농민들과 네트워크를 넓혀나가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에 일본의 아시아학원(2015년 3월호에 소개함)에서 연수를 받게 되면서 유기농업에 대해 배우게 된다. 태국으로 귀국한 후 1997년경에 유기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대안 농업 그룹을 만들게 된다. 같은 뜻을 가진 NGO단체와 대학교수 등이 중심이 되어 생겨나게 되었다. 당시 정부는 유기농업을 지원하려는 계획은 있었으나 유기농업에 관한 기술 등 정보는 전혀 없었다. 카요타씨는 UN산하 기관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에 대한 적극적인 시책 제안에 관여하였다. 유기농업을 지원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유기농업인 맵(지도)을 작성하는 등의 실적을 보였으나 경제위기의 여파로 정부 지원이 계획대로 이행되지는 못했다. 현재, AAN는 방콕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100여개의 그룹이 활동하고 있다.
■ 복합농업
AAN이산은 카라신과 나콩파놈, 사콩나콩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2년 시점에서 농가 멤버 160명 가운데, 카라신 지역에서 약 58명의 농가가 참가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국왕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자스민 라이스(자스민 향이 나는 고급 쌀)와 각종 채소, 망고 등 과일을 생산하고 있으며 돼지, 닭 등 가축과 논 가운데 연못을 파서 생선을 기르는 등 ‘복합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복합농업’이란 논이나 밭에서 생산하고 남은 부산물을 가축의 사료로 제공하고 이것을 먹고 자란 가축의 분뇨는 다시 연못에 넣어지거나 논, 밭에 사용되어 양분이 되는 그야말로 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이상적인 농업의 형태를 말한다. 복합농업은 동북태국에서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순환농업이 가능한 유기농업의 규모로는 약 5라이(라이는 태국의 면적단위로서 약 16아르, 즉 6라이가 약 1헥타르가 됨)로 두고 있다. 참고로 태국농업센서스에 의하면 동북태국의 농가당 평균 면적은 약 3헥타르이다.
생산된 농산물은 농가가 각자 가까운 시장이나 지자체에서 주최하는 전시회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AAN이산의 카라신 지역에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두 개의 정미소가 있어서 그곳에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1라이당 쌀 수확량은 평균해서 700~800킬로그램이다. 관행재배로는 약 400킬로그램을 수확하게 되는데, 이에 비해서 두배 가까이 생산되고 있다. 동북태국의 다른 농가의 인터뷰에서도 이러한 얘기는 자주 듣는다. 다시 말해서 유기농업으로 전환하고 2, 3년 안에 관행재배보다 더 많은 쌀을 수확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길은 없지만 농가의 경험으로는 토양의 질이 좋아졌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반대로 얘기하면 이제껏 해온 것처럼 화학비료를 써서는 토양이 못쓰게 되어 수확량이 더 이상 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유기농업으로 전환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 호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