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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2014년을 보내며
흙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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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3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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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 2014년을 보내며
2014년은 흙살림이 ‘한반도 전체의 유기농업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힘차게 걸어 온 한 해 였습니다. 유기농업을 향한 길이 언제 한 번 평탄한 적이 없었듯이 올해도 어김없이 가시밭길 투성이였네요.
흙살림이 유기농업이 확대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은 특히 벼농사가 우렁이 농법 등으로 한결 수월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초 우렁이 농법을 창안하셨던 고 최재명 선생님께서 운명을 달리하셨습니다. 안타깝게도 수 십 년 간 유기농법으로 지켜온 농토가 산업단지로 바뀌는 것을 반대하시던 중에 황망하게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아직도 세상은 생명을 키우는 농토보다는 돈을 불리는 공장을 선호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올 여름에는 공중파 방송에서 ‘친환경 유기농의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인증제도의 허점과 농약의 유혹에 쉽게 빠져드는 농촌현실을 꼬집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됐습니다. 이로 인해 친환경 농업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면서 유기농업을 지켜왔던 많은 사람들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실제 방송 후 잔류농약 검사의 항목을 늘리고, 인증 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지는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이런저런 여파 탓에 친환경을 포기하는 농가도 속출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유기농업이 힘들다거나, 차라리 GMO와 적절한(?) 화학비료와 농약을 인정하는 GAP(우수 농산물 인증제도)로 가자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유기농업만이 어려웠던 것이 아닙니다. 쌀이 전면 개방되고 한·중 FTA가 타결되면서 농민들의 삶이 위협받는 처지가 됐습니다. 앞으로 ‘농부가 없어지는 시대’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허망한 이야기가 가볍게 들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흙살림 회원들의 믿음과 열정 덕분으로 험난했던 2014년도 굳건히 버텨냈습니다. 그리고 흙살림은 더욱 더 유기농업을 향해 흔들림없이 걸어갈 것입니다. 우리들의 건강과 환경을 지키고,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유기농업의 길은 소비자와 생산자의 신뢰를 바탕으로만 가능하기에 그 길 속에서 농민의 생존도 지켜질 것입니다. 흙살림 회원님들의 올 한 해 수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태근 흙살림 대표
